[르포]직접 떠서 점검한 논란의 센강…어류 충분히 살고, 한강과 수질 비슷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본지 정세영 기자가 23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센강에서 물을 채취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파리 = 정세영 기자

과연 센강은 수질이 안전할까. 2024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로 출국을 앞두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파리시 중심부에 흐르는 센강의 수질은 이번 대회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센강은 인구 증가와 산업화로 수질이 악화됐고, 지난 1923년부터 일반인의 입수가 금지됐다.

7년 전, 파리시와 대회조직위원회는 하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센강의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부근에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과 수영 마라톤(오픈워터 스위밍) 경기를 열기로 했다. 아울러 센강은 역대 올림픽 최초의 야외 개회식이 열리는 메인 장소. 프랑스 정부는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대대적인 센강 수질 개선 작업에 나섰고, 초대형 빗물 저수조 건설 등 15억 유로(약 2조2500억 원)를 쏟아부었다.

그런데 센강 수질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센강의 수질이 올림픽 일부 수영 종목을 치르기에 부적합하다는 것. 지난 4월에는 트라이애슬론과 수영 마라톤의 결승점인 알렉산더 3세 다리 부근에서는 장구균, 대장균 농도가 기준치보다 각각 2.5배, 4배 높게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랬던 센강에 반전이 일어났다. 파리시는 이달 초 센강 4개 지점에서 채취한 샘플 분석 결과 대장균과 장구균 농도가 유럽과 수영연맹의 수영 가능 기준에 적합했다고 발표했다. 이달 14일에는 아멜리 우데아-카스테라 프랑스 체육부 장관이, 18일엔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직접 센강에 뛰어들어 시범 수영을 선보였다. 수질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 조차 “조사 결과를 믿지 않는다”는 현지 뉴스가 나왔다.

평소 호기심이 많은 기자의 취재 본능이 발동했다. ‘기자는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써야지. 직접 센강 물을 확인해 보자.’ 파리로 떠나기 전 국내 온라인몰에서 손쉽게 구매 가능한 간이 수질 측정기, 그리고 박테리아 테스트기를 구매했다.

파리올림픽에 함께 출장 온 사진 기자도 이번 취재에 함께하기로 했다. 현지시각으로 23일 오후 알렉상드르 3세 다리로 향했다. 관건은 센강의 물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 대회 개회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와 경비가 삼엄할 게 뻔했다. 여기에 이번 대회 가장 민감한 사항인 센강의 수질을 취재하러 왔다고 하면 거부를 당할 확률도 높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영화 속 대사 한마디가 내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면 나가린데…’

두근두근한 심정으로 알렉상드르 3세 다리 근처를 찾았다. 다행히 별다른 제지 없이 AD카드(올림픽출입증) 를 보여주고 다리 위에 올랐다. 밖에서 보는 강 색깔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23일 오전 비가 내렸고, 폭우가 온 직후에는 수질이 일시적으로 나빠질 수 있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로 향하기 전 ‘곳곳에서 쓰레기가 발견됐다’는 현지 기사를 봤지만, 쓰레기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 역시 별다른 취재 제한이 없었다. 오히려 음식점으로 활용되는 선상의 한 직원이 윙크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간이 부두 형태인 곳으로 내려갔다. 센강엔 경비에 나선 경찰들이 보트를 타고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었지만, 목에 걸린 AD카드 탓일까. 우리에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파리 센강에서 확보한 물이 페트병에 담겨 있다. 윤성호 기자

센강 물을 미리 준비한 페트병에 담은 뒤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택시로 이동하기 전 물병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았다. 역한 냄새는 없었다. 옆에 있던 사진기자에게도 냄새가 나는지 물었고, 동료 기자는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약 2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 숙소에서 간이 테스트기를 꺼내 수질을 측정했다. 간이 수질 검사기에선 총 2가지 테스트를 할 수 있다. 먼저 EC(전기전도도)는 물의 전기 전도도를 측정해 수질 안의 전해질 농도를 알 수 있다. 전해질이 많을수록 전도가 높은데, EC 측정 수치는 534㎲／㎝로였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강의 중하류에 해당하는 영등포 측정지점의 EC가 통상 200∼300정도다. 이는 평균적인 수치로 다양한 어종이 적절하게 성장할 수 있는 범위다. 이어 TDS(용존 고형물질) 수치도 확인했다. 검사기에 264ppm이 찍혔다. 일반적으로 150∼300ppm에서는 환경에 민감한 물고기도 살 수 있다. 실제 수질 개선 노력이 계속되면서 현재 센강에는 연어와 송어, 장어 등 31종의 어종이 살고 있다.

다음 단계는 박테리아 테스트. 채취한 물을 검사 재료가 담긴 테스트통에 담아 물의 색깔 변화를 관찰해 박테리아 유무를 판별했다. 물 색깔이 정상이면 노란색으로, 박테리아가 존재하면 초록색으로 바뀐다. 결과 도출까진 24시간 이상 걸렸다. 20시간이 넘어가자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30시간 뒤 결과는 완전한 ‘초록색’이었다. 세계수영연맹의 수질 기준상 대장균의 최대 허용치는 100mL당 1000CFU, 장구균은 400CFU다. 해당 기준을 초과한 물에서 수영할 경우 위장염이나 결막염, 외이염, 피부 질환 등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물론 간이 테스트기로 수질 상태를 정확한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국내 전문가를 수소문해 의견을 구했다. 다른 것은 둘째 치더라도, 박테리아 양성과 관련한 대답이 궁금했다. 박희락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박테리아의 경우, 어떤 균인지가 중요하다. 우리 하천에서도 간이 키트로 검사해도 박테리아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센강에서 채취한 수질의 검사 결과. 정세영 기자

센강을 향한 불편한 시선은 여전하지만, 직접 확인한 센강의 수질은 그리 최악은 아니었다. 하루 뒤 센강은 더 엄격하게 통제됐다. 몇몇 한국 취재진이 센강 수질을 취재를 갔다가 발걸음을 돌렸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디데이를 빨리 잡길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