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업체 줄도산인데 정당만 성업 중[시평]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여야 10여 년 사이 재테크 화신
100억 대출금 갚고도 임대장사
2023년 국고 200억 원 이상씩

선거 보조금·비용, 증식 알토란
큰 선거 치를수록 돈 남는 장사
풍전등화 민생 뒷전, 자산 증식

# 한국의 양대 정당은 여의도 금싸라기 땅의 건물주다.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9월 실거래가 기준으로 장부상 192억 원이 넘는 10층 건물을 소유한 채 예금 포함, 401억 원까지 가진 현금 부자다. 건물을 장만하기 전 2011년까지 전세살이로 전전했고, 재산이 50억 원 정도였다. 국민의힘은 2011년에 495억 원 재산을 가지고 있었는데, 현재는 1150억 원 규모가 됐다. 국민의힘도 여의도에 2020년 7월 매입가로 440억 원짜리 10층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양대 정당 모두 건물가를 현 시세로 치면 10여 년 사이에 하늘과 땅 차이로 자산을 불린 재테크의 화신이다.

구세주 다음인 건물주인데, 건물주인 양당은 임대 장사를 한다. 민주당은 매월 2000만 원이 넘는 임대료를 거둬들이고, 국민의힘도 매월 1억 원대 수입을 올린다. 건물주가 되기 위해 애초 민주당은 80%를 대출받았는데 현재는 150여억 원 빚을 다 갚았고, 국민의힘도 5년이 안 돼 310억 원을 갚고 100억 원 정도의 대출금만 남긴 상태라고 한다. 계산해 보면 규모가 작은 것은 아니지만, 저 정도 임대료로는 100억 원이 훌쩍 넘는 대출금을 그 짧은 시간 안에 갚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무슨 마술로 양당은 빚이 거의 없는 건물주가 된 것인가. 아무래도 국민의 혈세가 여의도 10층 건물 두 채 대출금을 갚는 데 쓰였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당의 수입은 대체로 당비·후원금·기탁금(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인으로부터 받아서 정당에 배분)과 국고보조금으로 구성된다. 최근 양대 정당의 당원이 늘어나고 덩달아서 당비도 많이 걷히는 중이다. 여야의 당비가 1년에 각각 200억 원, 300억 원 규모라고 하지만 이것은 대출금을 한창 갚은 시점이 지난 이후이다.

이에 비해 정치자금법에 따른 국고보조금이 양당에 엄청난 규모로 풀린 지 이미 오래다. 선거가 하나도 없는 해가 드문데 그중 하나인 2023년에는 양당에 200억 원 이상씩 풀렸다. 선거가 있은 2024년 상반기에만 해도 양당에 국고보조금이 합해 600억 원 넘게 돌아갔다. 여기에는 일상적인 경비를 위한 경상보조금, 선거 때 지급되는 선거보조금, 여성·장애인·청년 추천에 따른 보조금이 포함된다.

여기에 더해, 선거가 있는 해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비용을 정당에 보전해주는 선거보조금은 양당 자산 증식의 알토란으로 보인다. 득표율이 15%만 넘으면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는다. 양당의 후보는 대체로 이 기준을 충족하기 때문에 사후에 선거비용을 거의 모두 보전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선거보조금과 선거비용 보전이 서로 비슷해 세금이 이중으로 풀리고 정당은 그만큼 자금을 더 취할 수 있다.

선거보조금과 선거비용 보전 액수를 다 합치면 실제로 정당의 선거자금보다 훨씬 더 많다. 그 차이가 선거가 있던 2016년(총선), 2017년(대선), 2018년(지방선거), 2020년(총선)에는 양당 모두 100억 원 이상씩을 기록했다. 대선과 지선을 함께 치렀던 2022년에는 그 차액이 2배 이상인 350억 원으로 집계된다. 선거를 치르면 치를수록 정당은 돈을 남기는 장사를 한 셈이다. 정당은 이 돈으로 건물도 사고 인건비도 챙겼으며 일회성 행사를 벌였다.

# 한국 경제는 풍전등화 처지다. 7월 국세청 국세 통계는 2023년 폐업 신고 사업자가 99만 명으로 2022년(87만 명)보다 13.7% 증가했다고 알린다.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 기록이다. 폐업 이후 이들은 실업자나 아예 비경제활동인구가 되는데 이 역시 증가세다. 올 상반기 부도 건설사가 20곳인데 전년 대비 2배다. 상반기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가 전년 대비 38.7% 늘었고,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도 6% 늘었다. 악성 미분양도 계속 증가세다. 티몬과 위메프 대란으로 6만 영세업체가 줄도산 위기고, 소비자 피해도 엄청나다.

# 국민의 삶은 여기저기서 꺾이고 있는데 정당만 국민의 혈세를 통해 자산을 증식하는 중이다. 정당끼리 양극에서 끊임없이 전쟁을 치르는데 그것도 모자라 같은 정당 속에서도 내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총선 뒤 몇 달 동안 개원식 한 번 못 열고 민생은 뒷전이다. 정당이 이래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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