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품목 다변화, 갈 길 멀다[시평]

김도훈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前 산업연구원장

올림픽 성과 비견될 수출 호조
절대 규모도 일본 추월 가능성
반도체·자동차가 3분의 1 차지

수출 지역 다변화 상당한 성과
석유·조선·철강산업 더 키우고
수출과 내수 디커플링 줄여야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반가운 소식은 수출 호조가 아닐까 싶다. 그 반가운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7.5%나 줄어들었던 지난해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버리듯, 올해 들어 수출이 7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8%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 12일 끝난 파리올림픽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성과를 올려서 우리 모두를 기쁘게 해줬던 데 비견할 만하다. 월별 실적으로 봐도 올해 초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으니 더욱 반갑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가지는 의미가 워낙 크기에 감히 올림픽대회 성과에 빗대어 봤지만, 우리 산업의 건강 척도가 바로 수출 동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0년대 초반 수출이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던 시기나, 가깝게는 2019년과 2023년에 각각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만 하더라도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곤 했다. 그런 만큼 올해의 수출 호조에 정부와 재계가 한껏 고무된 분위기를 보이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수출 절대 규모가 일본의 수출 규모를 거의 따라잡았고, 올해 전체로는 추월할 것이라고 미리 김칫국을 마시는 것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일본을 제칠 수 있었던 것처럼.

그렇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기뻐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우리 수출이 1위 반도체와 2위 자동차라는 양대 산업이 끌고 가는 구조, 이른바 ‘쌍끌이’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두 산업 중 어느 하나라도 부진하면 수출이 침체하고, 두 산업 모두 부진하면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게 되는 구조가 정착된 지 오래다. 특히, 2010년대 이후 이런 추세는 심해지고 있는데, 전체 수출에서 양대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대 초반까지 20%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7월까지를 보면 그 비중이 30%를 넘고, 별도로 구분돼 있는 자동차 부품까지 합친다면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준에 이르러 그 집중 정도가 심각하다. 마치 올림픽에서 올린 좋은 성적이 활·총·칼 3대 종목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것처럼, 향후 이 두 산업이 국제 경제 여건 변화에 롤러코스터를 타면 전체 수출도 요동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기실, 우리 정부도 이런 수출 집중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201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곤 했다. 그 결과 수출 대상국을 다변화하는 노력은 어느 정도 결실을 보여서 중국과 미국에 집중돼 있던 수출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인도 등으로 다변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수출 품목의 다변화라는 숙제는 참으로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 수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정부와 재계·학계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을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여러 가지 정책 방향이 모색돼야 하겠지만, 다음 방향은 기본적으로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먼저, 반도체와 자동차 양대 산업 외에 다른 수출 유망 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다시 통계를 들여다보면, 양대 산업을 뒷받침하는 산업들로서 10대 품목에 이름을 오르내리는 산업은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제품과 조선·철강 등이다. 하지만 이들이 육성 대상이 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워낙 우리의 눈이 양대 산업에 집중된 탓일까?

다음으로, 새로운 유망 산업이 등장하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기대되는 유망 산업은 역시 기존 수출 주도산업들과 연계된 분야일 가능성이 큰데, 과연 이들의 등장을 가로막는 장벽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나아가, 반도체와 자동차를 비롯한 수출 주도산업들의 해외 공급망 불안을 해소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거의 절대적인 경쟁력 수준을 키워 가고 있다고 믿고 있던 양대 산업도 해외 공급망의 작은 균열이 일어나자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던 경험을 상기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이 문제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사실도 참고할 만하다.

끝으로, 양대 산업을 비롯한 수출 주도산업들의 내수산업과의 연계성을 제고하는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수출 호조 속에서도 국내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이른바 디커플링 현상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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