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규모 7.6’ · 모로코 ‘120년만의 강진’ … 사라지는 ‘안전지대’ [Who, What, Why]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2월 21일 튀르키예 남동부 안타키아에서 한 남성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 What

‘불의 고리’ 아닌 지역서도 발생
튀르키예·시리아 6만여명 사망

세계 지진의 80%는 태평양판을 둘러싼 이른바 ‘불의 고리’에서 일어난다. 불의 고리는 칠레에서 알래스카에 이르는 북남미 해안을 포함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을 연결하는 고리 모양의 지진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불의 고리가 아닌 지역에서도 강진이 적잖게 일어나는 추세다.

불의 고리에 속한 대만은 대표적인 지진 빈발 지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동부 화롄(花蓮)현에서는 규모 7.2의 강진으로 18명이 사망했다. 대만에서 규모 7 이상의 강진은 25년 만으로, 그간 주로 작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왔던 만큼 큰 충격을 줬다. 특히 대만에서도 지진이 많은 화롄 지역은 1000㎢에 육박하는 타이루거(太魯閣) 협곡과 최고 해발 800ｍ의 칭수이(淸水) 절벽 등이 있어 지형이 험준하기 때문에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튀르키예는 불의 고리에 속해 있지 않지만, 여러 대륙판이 모여있어 지진 위험 지역으로 꼽힌다. 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되고 있는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 지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2월 발생한 이 지진은 규모 7.6으로 1939년 3만2968명의 사망자를 내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된 에르진잔 지진과 위력이 동일했다. 여기에 첫 지진 발생 뒤 9시간 만에 규모 7.5의 강진이 뒤따르는 등 여진이 계속되면서 최악의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이 지진으로 인접국인 시리아 사망자(8000명)를 더해 총 6만여 명이 사망했다. 튀르키예는 아랍·아프리카 대륙판과 유라시아 대륙판이 충돌하는 경계지점인 아나톨리아 대륙판에 있다. 아나톨리아 대륙판은 남쪽에서 압박하는 아랍·아프리카 대륙판과 북쪽의 유라시아 대륙판의 마찰과 충돌 속에 서쪽 방향으로 떠밀려간다. 이에 따라 지각 구조 운동상 압력이 쌓이고 있는데, 극도로 쌓인 압력이 당시 지진으로 터져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져 온 북아프리카 모로코도 지난해 9월 120여 년 만에 최대 규모의 지진(규모 6.8)이 일어났다.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 지점에서 발생한 이 지진으로 21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모로코는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 사이에 위치해 지진이 자주 발생하기는 하지만 이 같은 강진이 발생한 적은 드물다. BBC는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의 충돌을 주된 원인으로 꼽으며 이번 지진이 아틀라스산맥을 계속 밀어 올리는 힘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