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남편, 집안일·요리 척척[결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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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임종민(32)·김윤희(여·30) 부부

저(윤희)와 남편은 ‘엘리멘탈 부부’라고 불려요. 불같이 급한 성격에 털털한 저와는 달리 남편은 느긋하고 섬세하거든요. 이런 성격 차이로 다툴 때도 있지만,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주며 환상의 짝꿍이 돼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편의 섬세함은 연애 때부터 정평이 났어요. 제가 병원에서 약을 한 달치 정도 받아 왔는데, 약봉지 하나하나에 날짜와 ‘아침’ ‘점심’ ‘저녁’을 적어주더라고요. 또 제가 나을 때까지 죽을 끓여주며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줬습니다. 또 아침마다 장문의 메시지와 함께 날씨와 미세먼지를 캡처해서 보내줬어요. 비를 맞지 않을지, 미세먼지 때문에 고생하지 않을지 걱정된다면서요. 그 모습을 본 친구나 회사 동기들도 저희 남편은 진짜 상위 10%에 드는 좋은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답니다.

사실 결혼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저는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는데요. 반면, 남편은 한국을 벗어날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이 생각의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불쑥 찾아왔습니다. 제가 수술을 받을 일이 생겼는데, 부모님을 대신해 보호자가 돼 절 돌봐주는 남편을 보면서 ‘부모님 빼고 내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은 이 남자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물론 제 부모님 역시 절 돌봐주는 남편을 사윗감으로 낙점했고요. 저희는 2023년 2월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하늘이 도왔는지 식이 다가오자 코로나19 규제가 거의 풀렸어요. 하객 수 제한이 없어진 덕분에 고마웠던 분들을 많이 초대할 수 있었죠. 남편은 천성이 느긋한 사람이지만 제게만은 부지런해요. 집안일도 요리도 모두 남편이 도맡아 하고 있죠.

지금은 태어난 아이와 세 가족이 돼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요. 힘든 육아의 시기를 견디며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부부이자 부모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