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李회담 ‘후속 성과’가 더 중요하다[포럼]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양자 회담이 국회에서 열렸다. 정치권의 모든 만남은 ‘필요’에 의해 성사된다. 상대의 ‘필요’를 위해,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이 성사될 수 있게 한 양측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이 대표로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를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즉, 한 대표와는 회담함으로써 자신의 소통 이미지를 부각함과 동시에 민생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고,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견지해 명실상부한 제1 야당의 ‘대선 후보’로서 입지를 과시하려 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한편, 한 대표로서는 이 대표와 회담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고 했을 수 있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 한 대표는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밝혔었는데, 이 여파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입지의 위축을 제1 야당 대표와의 회담을 통해 극복하려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민생과 관련해서 자신은 올바른 현실 인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줄 기회로 이번 회담을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두 대표는 일단 만난다는 데 큰 비중을 뒀을 수 있다. 그래선지 몰라도, 양당 대표 회담의 결과는 초라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첨예한 문제는 ‘검토, 협의, 적극 논의’ 등 모호한 표현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인 의료 대란도 예외가 아니다. 추석 연휴 응급 의료체계의 철저한 구축을 정부에 당부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했다는 정도에서 타협한 것 같은데,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기를 기대했던 국민으로서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당 사안과 관련해, 지난 8월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을 여야 모두가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것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의료 대란과 관련해 소득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순 없다.

합의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고 예상됐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문제 역시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 증시 활성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협의’한다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양당의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 기구를 운영’한다는 데는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다른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한 것으로 봐서, 그 합의가 지켜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민생 공통 공약’의 개념부터 양당이 부닥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듯 미흡한 회담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은 양당 대표의 모두(冒頭) 발언에서부터 이미 예상할 수 있었다. 한 대표는 검사들 탄핵이 기각된 것을 언급하며 이 대표와 민주당을 공격했고, 이 대표는 갑자기 ‘계엄령’을 언급하며 현 정권을 공격했다. 이 대표의 “계엄령”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은 즉각 반박 성명을 냈는데, 솔직히 11년 만의 양당 대표 회담과 같이 국민의 이목이 쏠리는 자리에서 야당 대표가 그런 ‘상상력의 산물’을 언급해야 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번 회담이 협치(協治)의 시작인지, 아니면 이번 회담을 상대에 대한 공격의 명분으로 삼을 것인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번 회담이 향후 대화의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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