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에 새삶 주고 간 아들…누군가 잘살겠구나 생각하면 기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보근 씨가 간직한 아들 고 임기범 씨 과거 사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4년 전 뇌사 아들 장기 기증한 김보근 씨


"가끔 누군가가 내 아들의 장기를 받고 잘살고 있겠구나 생각하면 기쁘다."

지난 2020년 12월 하나뿐인 아들 임기범 씨의 장기 기증을 결정한 김보근(79) 씨가 ‘장기 기증의 날’(9일)을 하루 앞둔 8일 연합뉴스에 한 말이다.

임 씨는 집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는 42세의 나이에 7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한 뒤 눈을 감았다.

당시 의사로부터 아들의 장기를 기증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어렵게 동의했다는 김 씨는 "우리 아들이 간다는데 다른 사람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가면 좋겠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아들과 단둘이 지낸 김 씨에게 아들을 잃는 건 세상을 잃는 것과 같았지만, 김 씨는 ‘한 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으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아들을 먼저 보낸 아픔이 쉽게 사그라들진 않았다. 김 씨는 "처음에는 아들이 방에서 나올 것 같고, 대문으로 들어올 것 같기도 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뇌사 장기기증자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와 심리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으며 상실감을 치유하고 있다. 장기기증본부는 2013년 도너패밀리 모임을 만들어 유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들의 일부가 여전히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생각도 김 씨에게는 큰 힘이 된다. 김 씨는 "누가 이식을 받았든 그 사람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나"라며 "우리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아 사시는 분들이 모두 건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