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소개팅으로 처음 만나[결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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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박종석(32), 손채현(여·34) 부부

저(채현)와 남편의 첫 만남은 다른 커플들과는 조금 달랐어요. 뉴욕에서 소개팅으로 만났거든요. 당시 저는 패션 잡지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남편은 패션 공부를 위해 유학 온 학생이었죠. 2019년 5월, 저희는 뉴욕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소개팅을 가졌습니다. 처음엔 남편이 지각해 기분이 상했는데, 이야기하면 할수록 서로 잘 통한다고 느꼈어요. 공통 관심사인 패션은 물론이거니와 정치,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관한 가치관까지 모두 비슷했어요. 그렇다 보니 연인이 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죠. 두 번째 만남에서 남편이 조심스럽게 “오늘부터 우리 만나보는 건가?”라고 묻더라고요. 당연히 승낙했습니다.

둘 다 뉴욕에 살다 보니 서로의 고충을 누구보다 이해해 주고 위로해 줄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뉴욕이 봉쇄되면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반(反)아시아 정서 때문에 인종 차별까지 당하는 일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이성적이고 단단한 정신력의 남편이 저를 잘 잡아줬어요. 남편과 결혼을 결심한 것도 이때랍니다. 둘이 어떤 역경도 헤쳐나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남편에게 “2023년 2월 말까지 프러포즈 혹은 이별 중에 고르라”라고 장난 같은 협박을 했죠. 남편은 제 말을 기억해 뒀다가 정말 마감이 임박한 날짜에 프러포즈하더라고요.

저희는 올해 4월 결혼해 지금은 한국에서 신혼 생활 중이에요. 남편 장점은 제 모든 투정을 받아주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에요. 둘이 연애 시절 스페인에 갔을 때, 더운 날씨에 지친 제가 짜증을 내는데도 웃음으로 넘기더라고요. 게다가 한식을 먹고 싶다는 제 말에 삼겹살집을 어떻게든 찾아내 “덕분에 스페인에서 삼겹살도 먹는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나이는 어리지만, 저보다 오빠 같은 이 남자와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