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급하지 않아. 급한건 정부”.. 의사커뮤니티 여야의정협의체 비토 여론 확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의사 비공개 커뮤니티 게시글 캡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을 제안했지만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비토’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철저하게 빠지라" "급한건 정부고, 우린 급할 게 없다" "앵무새처럼 의대 정원 백지화만 외치면 언론과 민주당이 알아서 정권을 무너뜨려 줄 것" 등 글들이 호응을 얻는 등 강경한 여론이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 인증을 해야만 가입할 수 있는 한 비공개 커뮤니티에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행보를 문제 삼는 글들이 올라왔다. 가장 추천이 많은 게시글(사진)은 "의정합의를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깨버렸는데, 협의체는 무슨 협의체냐"라면서 참여를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의협은 의정협의체에) 선을 긋고 철저하게 빠져라"며 의협에 "모든 정책 결정권을 정부에 넘기고 국민들 머릿속에서 사라지라"고도 했다.

또 지난 2일 의협이 ‘국민들께서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의료계와 논의하라고 정부에 요구해달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낸 것에도 "논의하는 순간, 모든 책임은 의사들이 진다, 제발 이런 삽질 좀 하지말라"며 "어줍잖은 미봉책에 합의하지 말고 정부에 어떤 요구도 하지 말라"고도 주장했다.

또 다른 추천 게시글은 "7월까지는 의사들이 처맞기만 한 싸움이었지만 8월부터는 모든게 역전됐다"면서 "급한건 정부고, 우린 급할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어 "‘요아정 협의체’(여야의정 협의체를 비꼬아 부르는 말)에 들어갈 필요는 전혀 없다"면서 "앵무새처럼 2025학년도 증원 백지화, 필수의료패키지 백지화만 외치면 언론과 민주당에서 알아서 정권을 무너뜨려 줄 것"이라고도 했다. 여전히 ‘탕핑(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의사 면허증이나 의대 입학증 등을 인증받아야만 접속할 수 있는 의사 커뮤니티는 폐쇄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최근엔 이곳에서 나온 ‘막말’이 논란이 됐다. "개돼지들 더 죽이면 이득이다", "매일 천 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네" 등 국민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게시글이었다.

한편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환자가 빠진 여야의정협의체는 재검토 해야한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많은 의료단체가 참석하지 않아도 추석 전에는 여야의정협의체가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