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美서 연료공급 등 북미사업 확장… “한·미 원전협력, SMR 시장 선점에 필수”

美사업센터 열고 감사패 전달
웨스팅하우스 갈등 해소 나서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국형 원전 APR1400’의 기술 독자성을 두고 지식재산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미국 원전 업계와의 협력 강화에 나서 주목된다. 2030년 원전 10기 수출·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선점에 한·미 원전동맹이 필수인 만큼 웨스팅하우스와의 갈등 해소를 위한 물밑 작업을 이어가는 한편 다양한 경로로 대미 협력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이뤄진 한수원 북미 사업센터 개소는 글로벌 원전 산업·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의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내며 한수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 ‘한국의 원전 기술이 자사 기술이라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규정을 받아야 한다’며 미 법원에 한수원을 제소한 바 있다.

이날 한수원이 원전 산업계 베테랑이자 웨스팅하우스 엔지니어 출신인 제임스 코모신스키를 초대해 감사패를 전달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한수원은 앞서 9일에는 미국 핵연료 공급사인 센트루스와 원전 연료 공급 계약 주요 조건 합의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한수원은 현재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에서 연료를 조달 중인데 정식 계약 체결 시 미국산 원전 연료를 대량으로 공급받게 된다. 한수원의 이 같은 대미 협력 체계 확대는 2년 가까이 장기화하고 있는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갈등을 원만히 풀기 위한 ‘화해의 제스처’란 풀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개소식에서 “향후 북미 사업센터가 양국의 상호 이익과 공동의 번영을 이룩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 사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지재권 분쟁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갈등을 풀기 위한 실무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대통령실도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에 관한 브리핑에서 “한·미가 앞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글로벌 원전동맹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미 원전동맹에 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원전 강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 원전 시장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높여가고 있다”며 “차세대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설계 기술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우수한 시공 능력을 갖춘 한수원 간 협력을 포함해 상호 보완점을 갖고 있는 한·미 간 원전 협력 확대가 양국 모두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