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日 자위함대旗’ 시비[문화논단]

김혁수 초대 잠수함연맹 회장, 예비역 해군 준장

광복 80주년과 해군 창설 80주년을 맞는 2025년에 해군이 국제관함식을 개최한다.

그런데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 야당 의원이 국방부 장관에게 관함식에 참석하는 일본 자위함대기(旗)에 우리 해군 장병이 경례를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틀렸다. 우리 해군 장병이 일본 함대기에 경례하는 게 아니라, 우리 대통령이 일본 함정을 해상 사열하는 것이다. 이때 일본 해상자위대원들은 우리 대통령에게 경례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승함한 좌승함을 뒤따라가는 기함에 탄 우리 국민도 자위대원들의 경례를 받게 된다.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관함식(觀艦式, Fleet Review)이란, 국가적 경사 등에 국가원수 또는 국군통수권자가 해군 함정을 모아 놓고 검열하는 의식이다. 국군의날 행사 등에서 볼 수 있는 열병식의 해상 버전으로, 백년전쟁(1337∼1453) 중이던 1341년 영국 에드워드 3세가 해군 함정을 검열한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으며, 해상 전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개최됐다. 하지만 근래에는 군사 교류와 우호 증진을 위한 국제행사로 치러진다.

우리나라는 1998년 건군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진해와 부산에서 처음으로 개최했는데, 11개국 함정 21척과 우리 해군 40여 척이 참가했다. 2008년 건군 6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부산에서 개최했을 때는 12개국 24척의 함정과 우리 함정 34척, 항공기 29대가 참여했다. 또, 2018년에는 건군 70주년을 축하하며 완공된 제주해군기지에서 관함식이 열렸는데, 40여 개국 함정과 모든 유형의 우리 해군 함정이 참가했다.

2018년에는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국제관함식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욱일기를 닮은 자위함대기 게양 문제가 제기돼 마지막에 우리가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바꿈에 따라 참가하지 않았다. 모든 함정은 국제관례에 따라 국적을 나타내는 자국기와 해군기를 게양하게 돼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우리나라에 자위함대기를 게양하고 입항한 사례는 많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시절 국제관함식에,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때 친선 행사차 인천에,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때 국제관함식과 2010년 대량파괴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해상차단 훈련차 부산에,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때 친선 방문차 평택에 입항했다. 모두 자위함대기를 게양하고 입항했으나 특별히 반대는 없었다.

2018년 국제관함식에 대통령이 승함한 좌승함에 이순신 제독이 사용한 ‘수자(帥字)’기를 게양해 일본 함정 입국을 막았다는 얘기도 있으나, 대통령이 승함한 함정에 봉황기를 게양해야 하는데 수자기를 달아 대통령을 장수로 격하시키는 우를 범해 비난을 많이 받기도 했다.

일본이 욱일기를 달고 우리나라를 침범한 사실이 없으며, 자위함대기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중국에 자위함대기를 달고 입항해도 중국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일각에선 ‘독도 포기’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며 반일감정을 조장한다. 하지만 독도는 역사·지리·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이며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어 더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드는 것은 일본이 원하는 바이다. 열등감과 패배 의식을 가질 필요도 없다. 지금은 일본제국이 아닌 자유민주주의 국가 일본이며, 안보와 공동의 이익을 위해 대등한 위치에서 상호 협력하고 교류에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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