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면서 근육은 증가”?…비만치료제 ‘위고비’ 추격전 후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미약품·노보 노디스크·질란드 등도 참전
GLP-1과 다른 작용 기전 통해 차별화 시도


‘위고비’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가 비만 치료제의 새 장을 열어젖힌 가운데, 이와 다른 계열의 비만 치료제 개발도 늘고 있다. 전반적으로 살은 빼면서 근육량은 늘리는 제품이 나오는 등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1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신개념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물질을 오는 11월 미국비만학회(Obesity Week)에 소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약품은 신개념 비만 치료 물질의 타깃 및 비임상 연구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이 치료 물질이 인크레틴과는 전혀 다른 작용 기전을 갖고 있으며, 체중 감량 시 근육 손실을 동반하는 기존 치료제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크레틴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GLP-1이 대표적이다.

한미약품의 신개념 물질은 체중 감량 시 근육을 증가시키는 치료제로 디자인됐다. 인크레틴 병용은 물론 단독요법으로도 체중 감량의 질을 개선할 것으로 한미약품은 기대하고 있다.GLP-1은 음식을 먹거나 혈당이 올라가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식욕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촉진해 음식 섭취를 줄이는 호르몬인 GLP-1을 모방한 다이어트 약이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다. GLP-1에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분비 폴리펩타이드’(GIP)까지 더한 이중 작용 비만 치료제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마운자로)다.

일부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 위해 GLP-1이 아닌 다른 작용 기전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아밀린 유사체를 기반으로 한 체중 감량 연구다. 췌장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인 아밀린을 모방해 배고픔을 막으려는 시도다.

지난 3월 노보 노디스크는 알약 형태의 비만치료제 ‘아미크레틴’과 관련, 12주 복용한 참가자들이 체중을 13.1% 감량했다는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아미크레틴은 아밀린, GLP-1 등 2개 호르몬의 효과를 모방하도록 설계된 이중 작용제다. 주사제 위고비보다 복용이 간편한 만큼, 개발에 성공할 경우 더 경쟁력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이 업체 주가는 들썩였다.

지난 6월 덴마크 제약사 질란드는 지속형 아밀린 유사체 ‘페트렐린타이드’(Petrelintide)의 긍정적인 임상 1상 결과 발표 후 주가가 17%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질란드는 48명의 과체중·비만 성인에게 페트렐린타이드를 16주 복용한 결과 평균 체중이 최대 8.6%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위약을 투약한 대조군에서는 체중 감량이 1.7%에 그쳤다.

페트렐린타이드도 췌장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인 아밀린을 모방해 배고픔을 막아주는 유사체다. 질란드는 "모든 용량 수준에서 안전하고 내약성이 우수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GLP-1 약물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