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한 보복? 경제난 극복?… 이란 ‘전쟁 개입’ 딜레마

‘이스라엘에 대응’ 예고했지만
서방과 충돌땐 경제손해 우려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반미·반이스라엘 무장단체) 맏형 격인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하면서 이란의 대응 여부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보복을 예고한 이란이 시아파 맹주의 위상을 유지하고 저항의 축에 속한 무장단체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핵 개발 의혹에 따른 국제 사회 제재로 취약해진 경제 인프라가 무너질 우려가 있고, 미국과 자칫 직접 충돌하게 될 경우 득보다 실이 클 수 있어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저항의 축 국가들을 차례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레바논 전사들을 전투에 홀로 남겨둬서는 안 된다”며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과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을 강조했다.

온건 개혁파인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경제난을 극복하려면 서방과의 ‘핵 협상’ 재개를 통해 제재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지난 7월 31일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됐음에도 이스라엘과 직접 충돌은 피해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란이 지원하는 저항의 축에 대한 공세를 확대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강경파들을 달래기 위해서도 이스라엘에 공격을 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이란의 경제 상황과 이번 전쟁에서 보여준 이스라엘의 정보력·공격력을 볼 때 섣불리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방 제재에 따른 경제난으로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하니예와 나스랄라 암살에서 보여준 이스라엘의 정보력도 무시하기 어렵다.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우려해 안전한 장소로 피한 상태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