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복 밑자락?… 트럼프측 투표규칙 소송 봇물

허위주장에 기반… 실패 불보듯
투표후 이의제기 토대마련 지적

이리(펜실베이니아주)=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11월 대선 규칙이나 투·개표 실무 진행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무더기로 내면서 대선 불복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같은 소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며느리가 수장인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주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 공화당 단체들이 올해 미 전역에서 90여 건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설립한 선거 소송 추적 플랫폼인 ‘데모크라시 도킷’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이러한 법적 공세는 이미 2020년 대선 이전에 제기된 소송 건수의 3배가 넘는 수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가 공동의장인 RNC가 주도하는 소송전은 주로 민주당 당원일 가능성이 큰 유권자의 자격을 박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 이 같은 소송은 대부분 너무 늦게 제기했거나 근거가 없고 명백한 허위 주장에 기반하고 있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NYT는 “소송의 규모와 너무 늦은 소송 제기 타이밍을 고려할 때 이면에 더 큰 목표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투표 후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이리 카운티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에서는 ‘선거 공정성 노력’을 위한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들도 소송 제기에 동참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 대리인이었던 브루스 캐스터 변호사가 대표인 ‘유나이티드 소버린 아메리칸’은 9개 주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캐스터 변호사는 현재 제기한 소송이 대선 전에 성공하지 못하면 소송에서 주장한 내용이 선거 이후에도 계속 이의를 제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