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연고 없는 제주도서 인연[결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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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강효원(38)·이은수(여·38)부부

2015년, 일상에 지친 저(은수)는 무작정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24시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았는데, 그곳에서 동갑내기 직원이던 남편과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남편 역시 대구에서 제주도로 내려온 ‘이방인’이었거든요. 남편은 저의 시답지 않은 얘기도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 호감이 생겼어요. 카페 단골이다 보니 하루는 직원끼리 밥 먹는 자리에 저도 초대받았죠. 그런데 다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자리에 남편하고 저만 나온 거예요. 같이 영화도 보고, 술도 마시면서 훨씬 가까워졌답니다. 그때부터 남편이 퇴근할 때 맞춰 카페를 찾았던 것 같아요. 함께 놀자고요. 제가 장롱면허인데, 남편을 데리고 놀러 가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차를 빌려 남편과 여행을 다녔던 기억도 납니다. 당시만 해도 남편은 면허가 없었는데, 저와 드라이브를 다녀오더니 냉큼 면허를 따더라고요. 그렇게 우린 서로 연고가 없는 곳에서 연인이 됐습니다.

둘 다 타지 생활을 하다 보니 연애 초반부터 부모님 허락하에 함께 살았습니다. 당시 남편 여동생도 제주도에 따로 살았을 때라 셋이서 허물없는 친구처럼 지냈는데요. 남편과 다툰 날이면 제가 시누이에게 연락해 하소연하곤 했죠. 그러면 시누이가 남편을 잘 타이르고, 남편이 “동생에게 들어보니 내가 잘못했다”며 사과하는 일도 적지 않았죠. 사실 그때부터 남편 집안사람과는 가족처럼 지냈던 것 같아요.

저희는 2021년 3월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저희 상황에 맞춰 스몰웨딩으로 진행했는데요. 당시 남편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미안해했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웨딩 스냅 촬영 등 하지 못했던 일들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한 번씩 해보면 되는 일이었고요.

저희는 노력 끝에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집을 마련했답니다. 남편과는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부부’로 살아가고 싶어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