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 추계기구 신설에… 의대교수 비대위 “들러리 세우는 것”

의료계 잇따라 부정적 입장
의협 회원 85% “임현택 탄핵 찬성”

의료계가 연내 신설될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실효성을 두고 부정적 입장을 속속 밝히면서 의사단체들의 참여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추계기구 참여를 검토 중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사태 해결 열쇠를 쥔 전공의 단체가 의협 결정에 제동을 걸면서 협상주도권마저 잃어가는 양상이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입장문을 내고 “추계와 최종결정 모두 정부기관에서 이뤄지는 구조가 객관성·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추계기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산하이고, 최종 의사결정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이뤄지는데 향후 같은 실책을 반복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2025년도 의대 증원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추계기구에) 참여할 생각은 없다”며 “보정심에서 결정되면 다 끝나는 거라 (의사단체를) 들러리로 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0일 의사단체 추천 전문가가 과반수 참여하는 추계기구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의협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감축을 전제조건으로 추계기구 참여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공의 단체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라는 당초 입장을 고수하면서 참여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전날 SNS에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며 “임현택 의협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들과 휴학한 의대생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으니 임 회장은 아무렇게나 지껄이지 마시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전공의들이 현재 의료공백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전공의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의사단체들이 추계기구에 참여해도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종적으로 의료계가 추계기구에 참여할지는 이달 중순쯤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18일까지 위원 추천을 받아 연내 추계기구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의협은 임 회장의 리더십을 둘러싸고 내홍이 심화하고 있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조병욱 의협 대의원회 대의원 등이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27일까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임 회장 불신임 찬반 설문조사에서 참여자 1982명 중 85.2%가 임 회장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신임 이유는 무능과 언론 대응, 독단적 회무 등이 꼽혔다.

권도경·유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