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재계… ‘人事 시계’ 빨라졌다

■ 주요 대기업, 연말 정기인사 한두달 앞당겨

“위기대응 늦으면 뒤처져” 긴장
리더십 교체로 신사업 힘 싣기

한화, 지난달 14개사 임원인사
롯데, 임원평가 끝내고 인사 속도
‘리밸런싱’ SK도 내달 단행 전망

미국 대통령선거와 중동 확전 위기 등 국내외 도전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재계가 한발 빠른 ‘조기 인사’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통상 연말에 단행하던 정기인사를 앞당겨 조기에 경영 안정을 도모하고, 신성장동력 확보에 필요한 인재는 빠르게 수혈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인사를 예년보다 1∼2달가량 앞당겨 단행하거나 서두르는 그룹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롯데그룹도 통상 10∼11월 진행하던 임원 인사평가를 예년보다 앞당겨 지난달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평가가 앞당겨진 만큼 올해 정기 임원인사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주사인 롯데지주가 비상 경영에 돌입한 만큼, 이번 인사에도 조직 쇄신 분위기가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 12월 초에 인사를 발표해왔던 삼성전자도 11월 말로 인사를 앞당겼던 지난해와 같이 인사 평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올해도 빠른 인사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에도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의 원포인트 인사를 이례적으로 단행한 바 있다. 사업 재편(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있는 SK그룹은 이달 말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모인 가운데 ‘CEO 세미나’를 연다. 통상 SK그룹은 CEO 세미나가 끝나면 연말 인사 작업에 착수했는데, 올해는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예년보다 1∼2주가량 앞당겨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달 27일 지주회사 격인 ㈜한화를 비롯해 총 계열사 14개사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한화는 통상 임원인사를 10월에 단행했지만, 올해는 글로벌 경영환경 급변에 대응하기 위해 시기를 한 달가량 앞당겼다. DL그룹도 예년보다 시기를 한 달가량 앞당긴 지난 2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DL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주요 사업분야 업황이 악화하는 만큼 일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조기에 발탁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정용진 회장 체제 이후 ‘수시 인사’ 제도를 도입하며 고강도 쇄신을 단행하고 있다. 이미 신세계건설과 e커머스 계열사 SSG닷컴·G마켓 대표를 상반기 교체한 바 있다. 이랜드그룹도 지난달 30일 주력 사업인 한국패션부문과 유통부문 신임 대표를 예년보다 두 달가량 앞당겨 발탁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동전쟁 확산과 환율·물가 불안 확대 등 대내외 악재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늦으면 뒤처진다’는 재계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라며 “조기 인사로 경영 안정을 도모하고 신사업에 힘을 싣는 기업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준·김성훈·장병철·이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