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운영의 핵심은 ‘소통’… 시민뿐 아니라 야당과도 대화”[서울인사이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취임 100일(8일)을 앞두고 지난 4일 문화일보와 인터뷰하며 시의회 운영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제공

■ 서울인사이드 - ‘여성 1호’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취임 100일…협치 최우선 지향
유럽 방문땐 野의원도 2명 포함
野와 소통 노력 상징적 보여줘
‘학생인권조례 폐지’ 중점 추진

“의회의 핵심은 ‘소통’입니다. 서울시뿐 아니라 시민들, 야당과도 제가 앞장서서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8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방의회에 대화와 소통의 DNA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취임한 최 의장은 지난달 해외출장 때도 이례적으로 대표단에 야당 시의원을 포함하는 등 시의회 운영에서 협치를 최우선시하고 있다.

지난 4일 최 의장을 인터뷰하러 찾은 서울시의회 건물 외벽에는 ‘시민에게 바짝’이라는 슬로건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최 의장이 소통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시민들이 힘들 때 생각나는 게 시의회였으면 좋겠고,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싶다는 뜻에서 ‘바짝’이라는 말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0일간의 소감을 물었을 때도 “민생현장을 더 많이 찾아가지 못한 게 아쉽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 의장은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일정을 만들어 늘봄학교(방과 후 교육과 돌봄을 통합한 것), 노인요양센터, 임대주택 등을 방문했다”며 “학교를 더 많이 찾아가 교사와 학부모 이야기를 듣고, 자원 재활용과 관련해 소각장도 가보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호정(오른쪽)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달 24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독일연방의회를 찾아 론야 케머 하원의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제공

최 의장은 서울시의회 68년 역사상 첫 여성 의장이다. 그는 이 타이틀도 시민, 시의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무기로 삼고자 했다. 최 의장은 “부담도 되지만 소중하고 귀한 타이틀이고,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면서 “소통을 잘하는 것이 여성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더 많이 듣고 대화하려고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과의 대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전체 의원 111명 중 75명이 국민의힘 소속이고, 민주당은 36명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일방통행’도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최 의장은 양쪽 의견을 모두 듣고 중재하는 것이 의장의 소임이라고 했다. 그는 “시의회 의정활동 10년 중 8년간 소수 야당 소속이었기에 야당 의원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야당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 ‘의장실에 야당 의원들이 이렇게 자주 찾아온 적이 있었나’ 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야당과의 소통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최근 유럽 방문이었다. 지난달 21∼29일, 6박 9일 일정으로 독일 베를린과 네덜란드 헤이그 등을 방문했는데, 최 의장 포함 7명의 대표단 중 2명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시의회 관계자는 “의장 해외일정에 야당이 같이 가는 것은 처음 봤다”고 전했다.

최 의장은 가장 힘든 소통 현안으로 시의회 앞 가설건축물인 ‘세월호 기억공간’ 이전 추진을 꼽았다. 사용허가 기간이 2022년 6월 30일로 끝나 2년 넘게 불법 점유 상태다. 최 의장은 “제가 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일 때 민주당 측에서 ‘참사 10주기까지 공간을 유지하면 이후로는 이전할 방법을 찾겠다’고 제안해 수용했는데, 지난 4월 16일로 10주기도 지나갔다”며 “이제는 이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지만 유족들 마음의 상처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다만 최근 유가족 측에서 그간 불법 점유에 따른 변상금 부과액 약 7526만 원 가운데 처음으로 약 336만 원을 납부한 것은 긍정적 신호로 보고 있다.

타협을 우선하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강단 있게 밀고 나간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추진이 대표적이다. 최 의장은 “학생인권조례를 없앤다기보다 학생, 교사, 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이 다 들어있는 ‘학교 구성원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대체하는 것”이라며 “학생인권 악화 우려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안심하셔도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4만5000여 명의 주민청구로 발의됐던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에 대해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이 무효확인소송을 각하했다”며 “다음 달 정례회의에서 상임위원회 심의 등을 속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 의장은 향후 중점 추진할 목표로는 △청년일자리 확대 △극한기후 속 재난 안전망 강화 △저출생·고령화 대응 등을 위한 입법 대안 마련 등을 제시했다.

김성훈·김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