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치권, 순천만 신화 이룬 ‘여야협치 지혜’ 배워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7일 단식현장을 찾은 이정현 지방시대위 부위원장(사진 왼쪽)과 최민호 세종시장.

최민호 시장 초유의 광역단체장 3일째 단식에도 민주당 요지부동
순천시는 이정현·노관규·조충훈 초당적 협력 통해 순천만 신화 창조
정치권, 2026년 시장 선거 유불리 염두 둔 당리당략 의구심 불식해야 .



세종=김창희 기자



국민의힘 소속 세종특별자치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세종시의회 간의 갈등 속에 시의회의 관련 예산 전액 삭감으로 2026년 개최예정인 세종국제정원도시박람회가 무산 위기를 겪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지난 6일부터 세종시청 앞 광장에 천막을 치고 바닥에 스티로폼을 깐 채 물과 소금만 섭취하며 3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김태흠 충남지사,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현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 등 여권과 지역 주민들의 응원방문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2026년 4∼5월 세종중앙공원 일원에서 열릴 예정인 국제정원도시박람회는 최 시장의 역점 사업으로, 정부로부터 국제행사 승인을 받아 국비까지 확보했지만 예산 전액 삭감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초유의 광역장 단식=현직 광역단체장이 노숙 단식투쟁을 벌이는 것은 초유의 사태다. 최 시장은 오는 11일까지가 마지막 시한이라며 시의회에 박람회 조직위 출연금 14억118만 원 예산 부활을 호소하기 위해 단식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22년 전 충남도 재직 당시 2002년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꽃박 성공신화’를 창조한 주역이던 최 시장은 시장 취임 후 박람회 개최를 핵심 역점사업으로 준비해왔다.

세종시는 국내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5000억 원의 가량의 국가적 투자로 도심 한복판에 중앙공원, 호수공원, 국립세종수목원, 세종정부청사 옥상정원 등이 즐비한 도시 정원의 최적지라는 것이 최 시장이 입장이다. 최 시장은 "뉴욕 센트럴파크 부럽지 않은 도심 속 정원이 세종시에 있는데도 국민이 이를 알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한다.

3년간 153억 원의 시비와 국비 77억 원 입장권 판매 수익 등 384억 원 규모의 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개최해 세종시를 볼거리 많은 도시로 전국민에 새롭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 최 시장의 소신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7일 세종시의회 민주당 의원 기자회견.

◇민주당 주도 세종시의회 ‘요지부동’… 당론으로 거부=최 시장의 단식 호소를 민주당 세종시의원들은 그동안 개별 의원의 반대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당론’으로 거부했다. 세종시의회 20석 가운데 13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의총을 통해 이같이 결의하고 7일 김현옥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갖고 추경안을 통과시켜 줄 수 없다고 공언했다.

세종시의회가 처음부터 행사를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상징정원 국제공모전 사업비 1억 원, 종합실행계획 용역비 3억 원 등 9억8000만 원의 박람회 예산을 관련 상임위와 예결위, 본회의를 거쳐 통과시켜 전액이 집행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지난 7월 박람회 국제공인과 정부 승인을 받아낸 뒤부터 기류가 이상해졌다. 시가 후속 예산을 세워 추경을 요청한 지난 달부터 타당성과 효과성 결여, 시 재정난, 민생 우선, 박람회 부실 개최 우려 등을 들며 세종시의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겨울철 빛축제 예산 6억 원과 박람회 예산 14억여 원 전액 삭감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김현옥 원내대표는 그동안의 ‘절대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박람회 개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며 개최 시기를 2026년 4월이 아닌 이후 시기로 연기한다면 검토 협조할 수 있다는 돌발 제안도 던져 주목을 받았다.

박람회를 원천 반대하던 그동안의 입장에서 갑자기 개최 시기 연기 즉, 최민호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2026년 7월 이후에는 행사를 개최는 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민의 선택을 받은 시장이 자신의 임기 중에 공약사업을 실천하겠다는 것을 막더니 결국 차기 시장으로 사업을 넘기라는 속내를 밝힌 것이라고 이를 비판하고 있다. 박람회 반대의 근본 이유가 2026년 시장 선거의 유불리를 염두에 둔 당리당략 때문 아니냐는 추측도 무성해지고 있다.

◇"세종 정치권, 순천만 성공신화 이룬 여야 협치 지혜 배워야"= 극한대립으로 맞서고 있는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이 지난 2012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루며 오늘날 순천만을 세계적인 생태명소로 일궈낸 여야의 당시 협치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시 노관규·조충훈 순천시장과 한나라당 소속인 이정현 의원은 소속 정당은 달랐지만 순천만 정원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해 2008년과 2015년까지 수년간 초당적으로 의기투합했다.

당시 순천시 간부 공무원이 국회 내 이 의원실에 수개월씩 상주 근무하며 기획재정부 등에 국제습지센터 건립 예산 로비를 합작해 이후 정원박람회 개최로 이어지는 인프라를 확보했다.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개최가 확정되자 이 의원과 노관규 시장의 협치는 국비지원 협조로 계속 이어졌다. 비례대표이던 이 의원은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꾼 뒤 출마한 2014년 전남 순천·곡성 재보궐선거에서 보수정당 소속으로 호남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영광을 누렸다. 순천시는 10년 뒤인 국제정원박람회를 또다시 개최해 1000만 명 방문객을 이뤄내는 기적을 일궈냈고 국내 최고의 생태 정원도시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며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로 도약했다.

당시 박람회 주무 정부 부처인 산림청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류광수 전 한국수목원관리원 이사장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성공의 근본에는 여야 협치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류 전 이사장은 "당시 지역국회의원 이정현 의원의 주도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순천만국가정원은 탄생할 수 없었다. 이 의원은 산림청과 함께 부처 이견 조정과 국회 상임위원 설득에 직접 나서 결국 2015년 수목원정원법 개정과 제1호 국가정원 지정이 이루어질 수 있었고, 이는 매년 순천만국가정원에 40억 원 이상의 국비지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종시 정치권도 더 이상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고 순천시의 여야 협치를 교훈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당장의 정략과 개인의 정치적 이득을 우선시하기보다는 보다 멀리 지역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통 큰 정치력을 발휘할 때 민심도 얻을 수 있다는 순천만 여야 협치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