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사회적기업… 약자 고용않고 지원금만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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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기업 ‘옥석 가리기’ - <下> 자생력을 키워라

수도권 5년간 인증취소 98곳
경영악화로 폐업 기업 대다수
“현금성 지원, 자생력 못가져
지자체가 판로지원 역할해야”

경기도 소재 A 기업은 3명의 장애인과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고 매달 약 500만 원의 인건비를 지원받았으나, 실제로는 이들을 고용하지 않아 지원금이 환수되고 인증도 취소됐다. B 기업은 장애인과 취약계층 등 총 5명을 고용하겠다고 했지만, 3명만 채용한 것이 들통나 인증취소가 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사회적기업 ‘옥석 가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8일 각 지자체와 고용노동부를 통해 확인한 사회적기업 인증취소 사유를 보면, 일부 기업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을 받아 ‘부정수급’을 명목으로 취소되기도 했다. 취약계층에게 사회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익적 목적을 이행하지 못했거나, 영업 수입이 노무비의 50% 이상이어야 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폐업해 인증이 취소되거나 인증을 반납하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의 경우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간 인증이 취소된 사회적기업은 모두 48곳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취약계층 최소 고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부정수급 등을 이유로 인증이 취소됐다. 2020년에 인증이 취소된 C 기업은 서울시의 시정명령을 받고도 3개월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아 인증이 취소됐다. 2021년에 취소된 8개 기업 중 2곳은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재정지원을 받은 사례로 파악됐다. 2022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3개 업체가 지원금 부정 수령으로 인증이 취소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건비 등을 부정 수령해 인증 취소된 기업들의 경우, 애초부터 재정지원금을 노리고 사회적기업을 만든 도덕적 해이의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에서는 유급 근로자 고용 요건을 지키지 못해 취소된 기업도 7곳에 달했다.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이라는 사회적기업 본연의 목표를 수행할 능력도 없는 업체들이 인증을 받아 지원금을 타갔다는 의미다. 또 올해 들어 취소된 7곳 중에는 3곳이 ‘사실상 폐업’을 이유로 인증이 취소됐다. 영업활동을 통한 수입 요건을 맞추지 못한 기업은 3곳이었는데, 이 중 1곳은 고용 요건 역시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에 자립이 불가능한 기업을 혈세로 지원했던 셈이다.

경기도에선 지난 5년간 인증이 취소된 사회적기업은 총 50곳으로, 이 중 32곳은 인증 요건을 유지하지 못해 취소됐다.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을 받은 기업도 5곳 있었다. 전남에서도 올해 사회적기업 12곳의 인증이 취소됐는데, 인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경영난 등으로 기업 스스로 인증을 반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사회적기업을 표방한다고 무조건 재정지원을 해줄 게 아니라 지자체와 이들 기업 간 협업모델을 구축, 기업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전인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산을 나눠주는 방식의 사업으로는 사회적기업이 자생력을 가질 수 없다”며 “정부·지자체는 단순 현금성 지원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의 제품들을 사람들이 사용하도록 하는 판로 지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야 제품 품질을 높이는 등 사업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으며, 더 많은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기업가적 역량 등과 관련한 교육이나 컨설팅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주·박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