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주인되는 ‘K-서예’ 120점 선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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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진 전 전북지사 서예전
전주현대미술관서 오늘 개막

전주=글·사진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한문만 중시하다 보면 중국·일본과 다를 바 없는 국적 없는 서예가 됩니다. 세계 수많은 문자가 서예의 소재가 될 수 있지만 한글이 주인 되는 ‘K-서예’가 중요하죠.”

송하진(72·사진) 전 전북지사의 첫 서예 개인전이자 초대전인 ‘거침없이 쓴다’ 전주전시회가 11일부터 한 달간 전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지난달 25일부터 1주일 동안 서울 종로구 한국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의 연장 선상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거침없이 쓰는 서예 △한글이 주인 되는 서예 △오른쪽으로 쓰는 서예 △한국적인 서예를 강조한 작품 등을 선보인다. 서울 전시회(105점)보다 더 많은 120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송 전 지사는 전시회의 주제 ‘거침없이 쓴다’에 대해 “(전통 서예가 중시하는) 과거의 법칙이나 서체에 얽매이지 않고 한없이 자유자재로 물 흐르듯 쓸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박지성이나 손흥민이 ‘거침없이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우 섬세하고 자유롭게 공을 다룰 줄 알기 때문에 현란한 플레이가 나오는 이치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송 전 지사는 국내 서예계에서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유소년기와 청년기에 매일 같이 서예를 하고 한문을 보며 자랐다. 그의 조부인 유재 송기면은 서예가이자 구체신용설(舊體新用說·새로운 것은 옛것을 계승하여 본체로 삼고 옛것은 새로운 것을 응용으로 삼는다)을 주장한 유학자였다. 부친 강암 송성용은 근현대 한국서예를 대표하는 대가 중 한 사람이다.

송 전 지사는 국내 최대 서예 행사인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 비엔날레를 1997년에 직접 기획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송 전 지사는 “서예란 문자를 소재로 일회적 운필에 의해 추상적 형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 행위이자 시간의 흐름 속에 계승되며 인문적 의미를 표출하는 문자예술”이라며 “초대전을 통해 서예의 ‘대중성·한국성·세계성’을 위해 추구해 왔던 ‘한국서예’를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