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을 사랑하는 성실한”… 모두 저마다의 ‘좋은 사람’을 찾는다[주철환의 음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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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베이시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사람을 소개한다는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감사(感謝)를 받기도 하지만 감사(監査)를 받을 수도 있다. 누가 누구를 소개했다, 난 소개한 일이 없다, 이런 보도가 잇달아 나오는데 음악동네에도 ‘소개’ 관련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대부분 낭만으로 시작해서 비극으로 마감한다. ‘숨겨온 너의 진심을 알게 됐으니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날 보는 너의 그 마음을 이젠 떠나리’(1992 피노키오 ‘사랑과 우정 사이’)

인간관계에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이런 부탁을 할 정도면 어느 정도 신뢰가 구축된 사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중요한 건 좋은 사람의 기준(basis)이다. (이런 제목으로 노래를 발표한 팀 이름도 베이시스(사진)) 세상엔 외모가 좋은 사람도 있고 학벌이 좋은 사람도 있다. 재력이 좋은 사람도 있고 가문이 좋은 사람도 있다. 이 모든 걸 다 갖춘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 한 가지가 빠졌는데 그게 바로 인성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따라서 누구를 소개해줄 때는 미리 예방주사를 놓는 게 안전할 성싶다. “일단 얘기 좀 나눠보고 거리 조절은 나중에 알아서 해.”

노래(‘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속에선 좋은 사람을 이렇게 나열한다. ‘진심으로 나만을 사랑할 수 있는 성숙하고 성실한 사람’ ‘아주 조그만 일에도 신경을 써주는 사랑 경험이 많은 사람’ ‘한번을 만나더라도 그때 분위기에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 좋은 말들이긴 한데 정말 이런 사람을 주변에서 찾을 수 있을까. 누군가는 말할 거다. “이런 사람 있으면 내가 사귀지 왜 소개를 해줘.”

좋은 사람의 반대는 나쁜 사람이 아니고 싫은 사람, 미운 사람인 경우가 많다. 싫거나 미울 땐 용서가 필요하고 좋아하거나 사랑할 땐 용기가 필요하다. 어정쩡한 태도는 오해를 빚는다. A는 B를 좋아한다. 그런데 B는 그걸 모른 채(알고도 부담스러워 그런 건지) C를 소개해준다.

이은미의 히트곡 ‘애인 있어요’(2005)가 그런 이야기다. ‘아직도 넌 혼잔 거니 물어오네요 난 그저 웃어요 사랑하고 있죠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그대는 내가 안쓰러운 건 가봐 좋은 사람 있다며 한번 만나보라 말하죠 그댄 모르죠 내게도 멋진 애인이 있다는걸’ 마침내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차오르는 눈물만 알고 있죠 그 사람 그대라는 걸.’

믿는 게 잘못은 아니다. 믿을 만하지 않은데 믿어버리는 게 잘못이다.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난 아무런 부담 없이 널 내 친구에게 소개시켜줬고 (중략) 그런 만남이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난 알 수 없는 예감에 조금씩 빠져들고’(1995 김건모 ‘잘못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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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을 보러 여의도에 백만 명이 모였다. 풀꽃을 보려고 그렇게 모이진 않을 거다. 시인(나태주)이 풀꽃을 위로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사람은 어떨까. 자세히 보아야 예쁜 사람도 있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무서운 사람도 있다. 오래 보면 질리는 사람도 있다. 결론은 이렇다. 소개는 웬만하면 안 하는 게 안전하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