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헌재 마비’ 가시화에… ‘의결 정족수 7명’ 효력정지가처분

이호선 국민대 법대학장 등 제기
17일 재판관 3명 퇴임으로 공석
인용땐 사건 계속 심리 가능해져

오는 18일부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 검사장 탄핵 심리 등 헌법재판소의 주요 사건 심리가 일제히 멈추는 ‘헌재 마비’ 사태가 가시화할 전망이다. 하루 전인 17일 재판관 3명이 동시에 퇴임해 의결 정족수(7명)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을 막기 위해 법조계에서는 관련 가처분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13일 이호선 국민대 법대학장(전 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은 헌재 의결 정족수를 재판관 7명으로 규정한 헌재법 제23조 1항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 조항은 재판관 총원 9명 중 최소 7명이 있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7일 퇴임하는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아 헌재는 18일부터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된다. 이 학장은 “(해당 조항은) 지금과 같은 국회의 정략적 재판관 후보 선출 지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후임 재판관 결원 시 정족수 7명의 예외 규정을 두지 않는 입법 불비가 결과적으로 위헌성을 갖게 됐다고 신청 사유를 밝혔다. 그는 또 헌재법 제38조가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에 종국 선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정한 부분도 지적했다. 앞서 이 위원장도 지난 10일 헌재 정족수 부족으로 자신의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이 부당하다며 헌재법 23조 1항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위원장이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후임 재판관 3명이 없어도 사건을 계속 심리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헌재 마비 사태는 국회 추천 몫 재판관 3명의 후임을 둘러싸고 재판관 추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국회가 양당 체제로 재편된 2000년 국회는 제1당과 2당이 각각 재판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양당 합의로 추천·선출했다. 다만 2018년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이 각각 1명씩을 추천한 전례도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2018년 이전 방식대로 재판관을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의석수에 비례해 야당이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맞서고 있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18일부터 이 위원장 사건뿐 아니라 손 검사장 탄핵 등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의 선고 일정이 줄줄이 밀리게 된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