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위고비 주문 전쟁… “언제 얼마에 받을지 몰라”

국내 상륙 첫날부터 대란조짐
설사·구토 등 부작용 가능성도

“위고비 초도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병원마다 주문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병원마다 극소량밖에 주문 못 하는데 가격이나 배송 시기 등도 알려진 게 없다.”(서울 중구 A 내과의원)

15일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품귀 현상이 나타나는 등 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위고비 주문 접수를 시작한 의약품 중간 유통업체 쥴릭파마코리아의 홈페이지는 오전 10시 30분 한 차례 운영 중단 후 복구됐다. 제약사가 의료기관별 구매 수량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각 병·의원들은 앞다퉈 초도물량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위고비 처방이 예상되는 의료기관에는 오전부터 비만 환자 등 수요자들의 전화 문의가 쇄도했다. A 내과의원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구매 주문을 넣었는데 살 수 있을지 확답은 못 한다”며 “제약사도 구매할 수 있다는 정보만 준 채 가격과 배송 시기 등을 안 알려줬다”고 말했다. B 신경외과도 “오늘 중에 판매 가격이 확정될 것 같다”며 “초반에는 물량이 극히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위고비 제약사는 의료기관별 공급 물량을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 1위인 ‘삭센다’보다 강도 높게 제한하고 있다. 위고비 주사 한 펜은 0.25㎎부터 2.4㎎까지 총 5가지 용량으로 제공되는데 제약사는 ‘신규 거래 병원의 경우 용량당 2펜씩만 주문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비만 치료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1펜을 주 1회씩 총 4회 맞아야 한다. 수도권 C 의원은 제약사로부터 0.25㎎은 8펜, 0.5㎎은 6펜, 1.0㎎은 4펜만 주문 가능하다고 통보받기도 했다. 위고비 국내 공급가는 37만2025원(4주분 기준)이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의약품으로 의사 재량에 따라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위고비를 1펜당 45만 원에 구매할 수 있는 약국을 찾았는데 최저가일 것”이라며 약국 위치와 연락처를 기재한 글도 등장했다. 의료계에선 약물 남용과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위고비는 설사, 복통, 변비, 구토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용량 조절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드물게 췌장염이나 담석, 신장 기능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보고됐다”고 말했다.

권도경·유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