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식 로비스트만 1만3000명… 활동비 지난해 5조원 넘어 [Who, What, Why]

■ What

캐나다·영국도 ‘등록법’으로 합법화
일본은 알선·청탁 최대 징역 3년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국은 정책·입법에 대한 로비활동을 합법화하고 있다. 이익집단이 정책결정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열어준 것이다. 다만 로비를 허용하는 대신 그 활동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 정치자금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공식 등록된 로비스트는 1만3000여 명으로, 지난해 로비에 사용된 금액은 42억 달러(약 5조6900억 원)에 달한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로비 비용 지출을 늘리는 추세다.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이 시행되면서 더욱 유리한 사업 조건을 얻으려면 정관계 로비를 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이 미 의회를 상대로 사용한 로비 자금은 762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 대선이 치러진 2020년 상반기(423만 달러)보다 80.1%나 늘어난 수치다.

미국 로비활동은 1791년 제정된 수정헌법 제1조 ‘국민청원권’에 따른 권리로 보호받고 있다. 또 로비제도는 강력한 이익집단의 로비 독과점에 따른 이익독점 폐해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돼 왔다. 로비 관련 규제는 1938년 외국대리인등록법을 시작으로 1946년 연방로비활동규제법, 1995년 로비활동공개법 등을 거쳐 2007년 개정된 정직한 리더십 및 정부공개법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로비스트는 등록 의무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 최대 20만 달러 이하 벌금과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전직 의원, 고위 관리는 퇴직 후 2년간 로비스트로의 활동을 금지하고 있어 현직 관료들은 2년 동안 직전 상사와 접촉할 수 없다.

다른 나라들도 미국처럼 자유로운 로비 활동을 보장하되 로비스트의 등록과 활동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캐나다는 1985년 제정한 로비스트 등록법, 영국은 2014년 로비법으로 로비스트들의 활동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일본은 로비를 합법화하고 있지 않으며 불법적으로 로비청탁자금을 받는 관료의 처벌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국가공무원윤리법과 알선이득처벌법에 따르면 공무원에 대한 알선·청탁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1~3년간 징역 또는 250만 엔(23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