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통상수장 후보 ‘美대선 대비’… “국제 무역분쟁 심화에 대응 만전”

셰프초비치 인사청문회 발언
對中 통상정책 강경노선 예고

유럽연합(EU)의 새 통상수장 후보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심화될 수 있는 국제 무역분쟁 대응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에 대한 견제 노선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며 더욱 강경해진 대중 통상정책을 예고했다.

4일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 후보는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국제통상위원회가 개최한 인사청문회에서 “무역이 신기술을 둘러싼 극명한 경쟁과 경제적 의존성의 무기화로 설명된다”며 무역이 지정학적 도구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셰프초비치 후보는 또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개편된 EU·미국 무역기술위원회를 포함해 협력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철강과 알루미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언급하며 EU가 미국과의 분쟁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로비스트 명부인 ‘투명성 등록부’의 범위를 모든 관리자로 확대하겠다고 부연했다. 슬로바키아 출신인 셰프초비치 후보는 연임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2기 행정부에서 제3국과 통상협상 및 경제 안보 강화 업무를 맡을 전망이다.

이날 셰프초비치 후보가 언급한 미국발 무역분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EU가 맞불을 놓는 등 임기 내내 갈등을 빚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EU와 미국은 철강 분쟁 해소를 위한 협상을 시작했지만, 아직 매듭짓지 못했다.

셰프초비치 후보는 중국에 대해선 “가장 도전적인 무역 파트너”로 규정했다. 그는 “EU와 중국 간 교역 불균형을 재조정해야 한다”며 과잉 생산 능력, 보조금, 불공평한 경쟁 등을 거론했다. 셰프초비치 후보는 EU가 지난달 30일부터 불공정 보조금 혜택을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에 대해선 “EU 협상팀이 현재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측과 가격약정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