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해지율’ 이제 그만… 무·저해지 보험 ‘원칙모형’ 제시

■ 금융당국 새 가이드라인

완납 시점 해지율 0% 수렴하는
‘로그 - 선형모형’ 올해결산 적용
원칙모형 예외인정… 반쪽 논란
일각선 “당국 가격개입” 반발도

금융당국이 새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고무줄 회계이익’ 논란을 빚는 무·저해지 보험 관련, 보험사들이 임의로 해지율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통일된 ‘원칙모형’을 제시하기로 했다. 당국이 제시한 모델을 적용하면 해지율 가정치가 지금보다 급격히 낮아지고 보험사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해 일부 보험사의 경우 보험계약마진(CSM)이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원칙모형이 아닌 예외모형을 적용하는 보험사에 대해선 금융감독원의 집중적인 현장 점검을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데 정작 많은 보험사가 예외모형을 선택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시작부터 힘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을 7일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험업계에서 가장 쟁점이 돼온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산출 시 올해 연말 결산부터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적용한다. 완납 후에는 최종 해지율 0.8%를 적용한다. 그동안 회사별로 관련 보험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했는데 해지율 예측에 실패하는 경우 보험금 재원이 부족해져 재무 리스크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단 금융당국은 예외를 두었다. 각 사의 경험통계 등 특수성으로 인해 원칙모형이 아닌 예외모형인 ‘선형-로그모형(완납 시점 수렴점 0%)’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경우 감사보고서와 경영공시에 원칙모형과의 차이를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특히 금감원은 예외모형을 선택한 모든 회사에는 현장점검을 하고 계리법인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당장 보험사별로 당국의 규제 방향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적절한 제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예외모형 적용 여지를 두어 이번 가이드라인이 보험사 건전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표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의 현장점검이 사후적이기 때문에 일단 예외모형을 적용하겠다는 생각이 강한데 이렇게 되면 원칙모형 제시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한쪽에선 당국의 일괄적인 모델 제시가 ‘가격개입’이란 반론을 펼치며 당국의 집중점검을 감수하고서라도 예외모형을 쓰겠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은 또 납입 기간이 5∼7년으로 짧지만 10년 시점에 보너스 부과로 환급률이 높은 종신보험인 단기납 종신보험의 경우 보너스 지급 시점에 환급금 수령 목적의 추가 해지를 고려해 해지율을 산출하도록 하기로 했다. 표준형 상품의 누적 유지율을 활용해 해지 수준을 역산하거나 보험사별로 30%를 하한으로 합리적 수준을 선택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보험부채 할인율의 경우 최종 관찰만기를 30년으로 확대하되 3년간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갈 방침이며, 금리 상황에 따른 시행 여건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박정경·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