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원전해체·사용후 처리 ‘토털 솔루션’… K원전 르네상스 선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미국 홀텍사와 개발 중인 소형모듈원전(SMR) 모델 조감도. 현대건설 제공

■ 현대건설 ‘차세대 원자력 로드맵’ 본격화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 이후
한국형 원전 36기중 24기 맡아

UAE 메가 프로젝트 수주 성과
불가리아선 의회 단독승인 받아

美 웨스팅하우스와 전략적 협약
국내 첫 ‘AP1000’ 사업 진출도

정부가 원자력 생태계 복원을 재천명함에 따라 현대건설의 원전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2022년 원자력 원천 기술 확보를 비롯한 전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글로벌 진출을 위한 차세대 원전 사업 로드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한국형 대형원전 36기 중 24기의 시공 주간사로 참여했다.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가압경수로와 가압중수로 방식을 모두 시공하고 ‘국내 최다 원전 건설’ ‘해외 첫 원전 수출’이라는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소형모듈원전(SMR), 원전해체,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원자력 전 분야에 걸쳐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12일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현대건설은 국내외 최고의 원전 사업 회사들과 협력해 원자력 가치 사슬에 기반한 원전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Total Solution Provider)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5일 영국 수도 런던에 위치한 주영 한국대사관에서 윤영준(가운데) 현대건설 사장과 (맨 왼쪽부터) 줄리아 킹 홀텍 영국 수석고문, 릭 스프링맨 홀텍 사장, 캐시 트레버스 모트 맥도널드 그룹총괄사장, 리오 퀸 발포어 비티 회장이 영국 원자력청 SMR 기술 경쟁 공동 참여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현대건설 제공

◇다시 꽃피는 원전 르네상스, 유럽시장 진출 = 현대건설은 ‘K-원전’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해 왔다. 우리나라는 1956년 원자력 관련 행정부서를 신설하고, 1958년 3월 원자력법을 공포했다. 에너지 안보와 안정적인 전력을 위해 한국전력공사는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주계약자로 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 발전소 공급 계약을 1970년 12월 체결했다. 1970년대 원전 건설 초창기에는 국내 기술과 경험이 부족한 탓에 전적으로 외국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건설은 원자로 운전에 필요한 계통 공사에 참여해 기술을 쌓기 시작했다. 587메가와트(㎿) 규모의 고리1호기는 1971년 3월 착공해,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21번째로 원전 보유국 대열에 올라서게 됐다.

국내 원자력발전은 1980년대 들어서며 새로운 도약기를 맞았다. 원자력발전소가 속속 준공되며 우리나라 전력 공급의 중요한 부분을 원자력이 담당하게 됐다. 국가 주도의 원전 기술 국산화 계획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때 현대건설은 고리 3·4호기 프로젝트의 주계약자이자 단독 시공업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고 기술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K-원전 자립기 주인공이었던 현대건설 = 현대건설은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원전 기술 자립기의 중심에 있었다. 한전은 원자력 기술 자립 기반을 닦기 위해 한빛 3·4호기의 주계약자를 국내 업체로 선정하는 계획을 세웠고 현대건설은 이를 수주하고 단독 시공했다. 2010년대는 ‘최초의 원전 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2009년 12월 현대건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프랑스·미국·일본 등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2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원전 건설의 사업자로 선정됐다.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 서쪽 바라카에 1400㎿ 규모의 원전 4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가로 8㎞, 세로 1.8㎞ 규모, 여의도 면적의 4배에 이르는 메가 프로젝트였다. ‘팀 코리아’가 건설한 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는 현재 상업 운전 중이며 UAE 전력 수요의 최대 25%를 공급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한수원과 신한울 3·4호기 사업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재확인했다.

◇다시 뛰는 K-원전,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수주 = 현대건설은 올해 초 코즐로두이 원전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벡텔(Bechtel), 플루어(Fluor) 등 전 세계 유수의 기업이 참여한 입찰에서 까다로운 사전요건을 모두 충족한 유일한 시공사로서, 단독으로 의회 승인을 받았다. 이는 풍부한 시공 경험, 뛰어난 기술력, 탄탄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한 가운데 정부 차원의 원전 생태계 복원 결정과 지속적인 K-원전 지원책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최근 영국 홀텍 브리튼(미국 홀텍 인터내셔널의 영국 법인, 이하 홀텍)과 함께 영국 원자력청이 주관하는 SMR 기술 경쟁 입찰 프로그램에서 최종 후보에 올라 소형모듈원자로 분야에서 영국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독보적인 원전 사업 역량을 보유한 팀 홀텍은 영국의 대표 건설 및 엔지니어링 기업인 발포어비티(Balfour Beatty), 모트 맥도널드(Mott MacDonald)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함으로써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와 SMR 진출의 견고한 토대를 다져왔다. 한·미·영 기술동맹에 기반한 글로벌 원전 파트너십을 통해 팀 홀텍은 현지 공급망 구축 등 사업 수행에 필요한 실질적인 역량을 제고하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미 첨단기술 동맹의 선두주자 = 원자력발전에 대한 한·미 간 동맹에 힘입어 현대건설의 차세대 원전 사업도 더욱 동력을 얻고 있다. 2023년 한국과 미국이 청정에너지 파트너십을 맺으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변화가 예고된다. 양국은 원자력에너지를 기후 위기 극복과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의 중요한 요소로 규정하고, 두 나라의 관계를 외교·안보 중심에서 원전 분야를 포함한 ‘첨단기술 동맹’으로 확대했다.

현대건설은 UAE 원전 수출을 시작으로 ‘K-원전’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질주를 시작했다. 2022년 5월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형대형원전(AP 1000) 사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 라이선스가 있는 AP 1000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해 현대건설의 대형원전 사업 범위는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