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또 ‘광탈’… 국제경쟁력 언제쯤 갖추나

프리미어12 조별리그 탈락
선발, 평균 3이닝 소화 ‘부진’
벌떼불펜도 좋은 구위 못보여

류중일(사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일본, 대만, 쿠바, 도미니카공화국, 호주와 B조에 속한 한국은 일본과 대만에 패했다. 그리고 한국은 호주와의 마지막 경기를 하루 앞둔 17일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조기 탈락을 확정했다.

지난 2015년 초대 대회 우승과 2019년 2회 대회에서 준우승했던 한국은 이 대회 처음으로 4강 무대도 밟지 못했다. 야구대표팀은 올해 1000만 관중 돌파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좋은 성적을 반드시 내겠다’는 사명감을 안고 이번 프리미어12에 나섰지만, ‘타이베이의 비극’으로 기억될 성적을 남겼다. 지난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한 한국은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선 ‘노메달’ 수모를 겪었고, 지난해엔 WBC에서도 1라운드에서 ‘광탈(광속 탈락)’했다. 한국 야구는 국제 대회 부진을 이번 프리미어12에서도 끊지 못했다.

이번 조별리그 탈락의 이유는 ‘선발 투수’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특히 이번 대회 기간 선발 투수의 조별리그 평균 소화 이닝이 채 3이닝이 되지 않는다. 대만전 중책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 고영표(KT)는 2이닝 5안타(2홈런) 6실점을 허용했고, 일본전에서는 최승용(두산)이 1.2이닝 2실점,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선 임찬규(LG)가 3이닝 5안타 3실점으로 부진했다. 곽빈(두산)만이 유일하게 쿠바전에서 4이닝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선발이 조기에 무너지자, 경기당 평균 5.75명의 불펜이 마운드를 밟았다. 특히 지난 15일 열린 한·일전에선 무려 7명(일본 3명)의 불펜이 투입됐다. 물론 문동주(한화)와 원태인(삼성)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주요 영건 에이스들이 부상 문제로 최종엔트리(28명)에서 빠졌지만, 예상을 벗어난 선발 투수의 집단 부진이 반복되면서 마운드 운영에 계산이 서지 않았다. 타자들의 빈공과 집중력 부족도 문제였다.

국제무대 경쟁력을 가진 선수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게 문제다. KBO리그 선수들의 몸값은 한없이 치솟고 있다. 올겨울에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는 400억 원이 훌쩍 넘는 거래 총액이 나왔다. 그러나 최고 선수들을 뽑아 모은 대표팀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이 빠진 아마추어 수준의 몸값 낮은 선수들도 압도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 홈런 2개를 친 김도영(KIA) 등이 분전했지만, 나머지 수억 원대의 몸값을 받는 선수들은 ‘국내용’임이 드러났다. 라이벌 일본은 물론 한 수 아래로 평가된 대만과도 실력 차를 절감했다. 한국 야구는 이번 대회 성적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