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불편 볼모… 서울지하철 3년째 파업 채비

■ 노조, 내달 6일 총파업 예고

노조원 투표서 “찬성” 71%
서교공사 총부채 7조원에도
임금 6.6% 인상·충원 요구

시민들 또 ‘교통 대란’ 우려

올해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총부채가 7조 원이 넘는 상황에도 노조가 19일 구조조정 없는 인력충원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선언해 논란이 예상된다. 노조가 이날 예고한 대로 오는 12월 6일 지하철 파업을 강행할 경우, 3년 연속으로 서울시민의 발이 묶이게 되면서 수도권 교통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사 제1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노조 요구에 응하지 않고 대화를 거부한다면 12월 6일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김태균 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서울시와 사측에 교섭의 장을 열 것을 마지막으로 촉구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파업과 노사 충돌에 이르기 전에 서울시와 공사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특히 파업에 앞서 당장 20일부터 준법운행 등 단체행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노조가 지난 15∼18일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는 약 71%의 찬성률로 가결된 바 있다. 노사는 지난달 말까지 4차례 임금 및 단체 협약 본교섭과 15차례 실무교섭을 벌였으나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이달 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고, 법정 조정기한 만료일인 18일 열린 조정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지노위 조정 무산에 따라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공사와 노조에 따르면 주요 쟁점은 임금 인상 폭과 신규 채용이다. 공사는 정부 지침에 따라 내년 임금 인상률 2.5%를 제시했지만 노조는 물가상승 등에 따라 6.6% 인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중도퇴직 등 결원 인력을 반영한 인력 채용, 2인 1조 근무 의무화 등 안전 강화를 위한 인력 충원 등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단계적 인력 충원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채용규모와 관련해선 서울시와의 협의가 필요하며, 채용한다고 해도 적정 규모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노사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공사가 서울시에 보고한 올해 인력 감축 계획(341명) 백지화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임단협과 분리해 추진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공사 경영여건은 지난해 승객 한 명당 798원씩 적자를 보는 등 손실이 쌓이며 지난 6월 기준 총부채가 7조833억 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에 공사의 막대한 재정 적자로 시민 안전과 서비스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까지 왔다는 지적이 서울시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김군찬·이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