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껴야 능률이 오릅니다만?”…금감원, ‘MZ직원 소통’ 오은영 박사 특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세텍(SETEC) 컨벤션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우리금융그룹 우리다문화장학재단 공동주최로 열린 ‘2024 대한민국 다문화 페스타’ 다문화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 내 바람직한 소통 방법’특강…370명 대상에 800명 신청
오은영 박사 “돈이 전부는 아냐, 사명감과 성취감 가져야” 조언

“이걸(이어폰)을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가는 편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원내 ‘MZ세대’와 기성세대가 잘 소통해 원활히 감독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했다. 조직 문화 개선에 진심인 이복현 금감원장의 고민이 반영됐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본원 2층 강당에서 ‘직장 내에서의 바람직한 소통 방법’이란 주제로 오은영 박사 초청 특강을 진행했다. 최근 MZ세대 직원 증가로 직장 내 세대차이, 상하관계 등으로 인한 조직 갈등 문제가 콘텐츠로 제작될 만큼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감원은 해당 분야 전문가인 오은영 박사를 초청해 직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특강을 마련했다. 일정이 많은 오은영 박사를 초빙하기 위해 금감원 인사담당국 직원이 ‘삼고초려’ 끝에 특강자를 초빙했다는 후문이다. 오은영 박사는 새내기 직원에게 “돈이 전부가 아니며 사명감과 성취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꿈과 생계를 위한 직장은 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금감원이란 특수한 조직에 일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는 회식은 저녁보다 점심이 낫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특강은 신청부터 종료까지 직원들의 큰 호응을 이끄는 등 소위 대박이 났다. 370명 대상으로 진행하려던 특강은 신청자가 800명이 몰려들었다. 신청자 접수는 10분 만에 300명을 초과하기도 했다. 통상 금감원 내부에서 진행하는 특강은 300~400명 내외의 신청이 접수된다. 넘치는 신청에 금감원은 특강 대상자를 500명으로 늘리고, 감사실까지 입회해 참석자를 무작위 추첨했다. 370명은 현장 특강을, 130명은 9층에서 실시간 중계 형태로 특강이 진행됐다. 특강 이후에도 오은영 박사에게 사인 요청이 이어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특강 시작 전 오은영 박사와 티타임을 갖고 ‘바람직한 소통 및 갈등관리 방안’에 대해 직접 청취했다.

올해 금감원 직원들은 기존 검사 업무 외에도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조사 지원 등 다양한 민생 금융 후속 조치에 나서면서 업무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3분기부터는 초과근무 수당도 없이 업무에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내부 직원들 불만이 크다. 여기에 내부 직원들 간 소통 부재 문제까지 겹쳐지면 감독 업무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금감원은 특강을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도 감독 업무를 문제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 개선에 고심이다. 이 원장은 지난 5일 임원회의에서 “각종 금융사고 등과 관련해 금감원이 조기 진화와 수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업무부담이 크게 증가했다”며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예산 및 인력 등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금융위 협의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직원들이 업무에 매진해 거둔 성과에 대해서는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신병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