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서울진입 알려 국군 수백명 목숨 구한” 임방택 중사 육필 참전수기 전쟁기념관에 기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임창진(왼쪽) GS행정사 대표가 2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선친인 고(故) 임방택 이등중사의 육필 수기를 전쟁기념사업회에 기증한 뒤 신유진 전쟁기념관 학예부장으로부터 ‘기증 증서’를 받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작고 전 1982년 쓴 육필 참전수기 2005년 군사편찬연구소 발간 책자 내용과 대부분 일치

전쟁기념사업회(회장 백승주)는 20일 "북한군 서울 진입 사실을 알려 국군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내용 등이 실린 고(故) 임방택 이등중사의 육필 수기를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밝혔다.<문화일보 6월24일자 29면 참조>

임 이등중사 아들 임창진 GS행정사 대표(전 대한행정사회 부회장)는 이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선친의 육필수기를 전쟁기념관 학예부에 기증했다.

전쟁기념관 측은 "육필 수기는 6·25전쟁 관련 자료를 보존 ·전시·연구 등 박물관 활동에 적극 활용하겠다"며 ‘기증 증서’를 수여했다.

임방택 이등중사 육필수기에는 그가 전방에서 후퇴하는 과정에서 6·25전쟁 초기 북한군이 행주 선착장을 점령한 사실을 먼저 알게 됐으며, 개성에서 후퇴하던 국군 13연대가 이 사실을 모르고 서울에 진입하려는 것을 목숨 걸고 저지해서 수백 명의 목숨을 구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임창진 대표는 "선친께서 1983년 간암으로 작고하기 직전 작성한 참전수기 내용이 군사편찬연구소가 20여 년 지난 2005·2017년 발간한 ‘북한의 전면남침과 초기 방어전투’ 등 공식 발간 책자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면서 선친의 육필 수기를 기증했다.

1982년 쓴 육필 참전수기와 군사판찬연구소가 2005년 발간한 ‘북한의 전면남침과 초기 방어전투’의 주요전투 장면 등 많은 내용이 일치한다

육필수기에는 임 이등중사가 "서울이 인민군에게 점령당했고, 정부는 남하했다"고 13연대 지휘관에게 보고하자 그 지휘관은 "허위이면 총살한다"고 말한 뒤 장병을 집결시킨 뒤 한강을 도하해 수원 집결 명령을 내려 재반격 발판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초급 장교들이 울분을 못 이겨 수류탄을 가슴에 안고 자폭하는 내용 등이 수기에 기록돼 있다. 이는 공식 전쟁기록인 13연대 김호 소위, 7중대 김홍주 소위 등의 수류탄 자결 사실 기록과도 일치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 임방택 이등중사 유족이 전쟁기념사업회에 제공한 고인의 육필 수기. 임방택 이등중사 유족 제공

육필수기에는 임 이등중사가 1949년 국방경비대에 입대해 경기 동두천 7사단 1연대(연대장 함춘호 대령) 본부 인사과에서 근무했고, 서울에 외박 나왔다가 전쟁 발발 소식을 듣고 부대로 복귀 후 비밀문서를 소각하고 후퇴해 3일 후 행주에 도착, 개성에서 후퇴한 국군과 조우한 내용이 실려 있다. 임 대표는 "선친께서는 인천상륙작전 직후 안강전투에서 소대장 대리로 참전해 인민군 1개 대대 병력을 사살·포로로 잡는 데 기여했고, 안강에서 북진 전투 중 손·다리에 총알 3발을 맞고 전역했다"면서 "하지만 국방부 보유 공식기록에 ‘개인 전공이 기록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육군의 훈장 수여가 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육군은 "임 이등중사 공적을 심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