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불과 대나무숲 지나… 용을 찾아 떠나는 모험[어린이 책]

■ 어린이 책

용을 찾아서
줄리 렁 글│차호윤 그림│열린어린이

어느 날 아이는 엄마로부터 “네 안에는 강력한 마법이 있단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모험을 떠난다. 가장 좋아하는 망토를 두르고 가장 튼튼한 장화를 신고 아이는 숲으로 향한다. 용을 찾으러 떠나는 아이는 무성한 소문을 믿거나 겁에 질리는 대신 대체 용이 무엇인지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용기로 충만하다. 필연적으로 길을 떠나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나아가게 되는 이 첫 장면은 영웅서사의 플롯을 닮았다.

아이는 짓궂은 요정들과 이글거리는 도깨비불을 지나 늪지 한가운데 오두막집을 만난다. 그곳에서 사과 주스를 내어주는 할머니는 불을 내뿜고 뿔이 솟은 붉은 용에 대해 말해준다. 깊은 동굴 속에 보물을 산더미처럼 쌓아둔 용은 기사의 용맹을 허락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다음으로 아이는 키 큰 대나무숲과 구미호 발자국을 지나 폭포가 내려다보이는 으리으리한 집을 만난다. 그곳에서 국화차를 내어주는 할머니는 하늘을 날아다니고 여의주를 문 푸른 용에 대해 말해준다. 하늘을 다스리고 비를 내리는 용은 소원을 들어주는 신성한 존재다.

“네 마음속에는 두 숲이 만나는 곳이 있단다”라고 하는 엄마의 음성처럼 이 그림책은 서로 다른 마음과 믿음으로 이루어진 두 세계도 마법처럼 이해되고 공존할 수 있다는 비밀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아이는 이제 새로운 숲들을 자유롭게 경험하면서 그 숲들이 교차하는 시공간을 온전한 자기의 것으로 누리게 될 것이다.

동양과 서양의 유산을 용으로 은유하고 있는 이 그림책에서 유려한 그림체는 스토리를 한층 더 풍요롭게 한다. 예컨대 붉은 용은 강렬한 펜촉으로, 푸른 용은 우아한 붓으로 그려 고유하고 특별한 문화적 맥락을 대비적이고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동굴과 구름 속에 살고 있는 용뿐 아니라 또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을 용을 상상하고 구하도록 하는 이 놀라운 작품은 2024년 칼데콧 영예상과 2024년 아시아·태평양 미국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명성에 걸맞은 문학적 사유와 미술적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40쪽, 1만6800원.

신수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