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자사주 매입 늘어도… 개미들 ‘국장 불신’은 여전

자사주 취득 전년比 24.5%↑
주가부양 의지에도 외면 심각

코스피, 외국인·기관 매수에
8거래일만 장중 2500선 회복

한국의 주식시장이 저평가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들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취득에 나선 상장사 수가 전년 대비 24%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이 밝힌 자사주 취득 및 처분(신탁 포함) 관련 공시는 총 522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419건) 대비 24.5%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453건)와 비교해도 15.2% 많다. 상장사들은 통상 자사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될 때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취득에 나선다. 자사주 취득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실제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낸다. 연간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4.9%, 34.3% 하락한 지난 2022년에는 594개 상장사가 자사주 취득에 나선 바 있다. 전일 종가 기준으로 올해 코스피는 6.5%, 코스닥은 21.4% 하락했는데 올해는 지수 낙폭이 상대적으로 작아도 더 많은 상장사가 자사주 취득에 나선 것이다.

올해 자사주를 취득한 대표적인 기업은 향후 10조 원의 자사주를 분할매입을 공개한 삼성전자다. 당장 내년 2월까지 3조 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해 취득분 전량을 소각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하반기 들어 △셀트리온 △네이버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키움증권 △한미반도체 △KT&G 등이 자사주 취득 공시를 했다.

상장사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반신반의다. 오히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국내 투자자가 계속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 잔액은 9969억 달러로 사상 첫 1조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해외 증권투자 잔액은 지난 6월 말 이후 3개월간 646억 달러가 불었는데 이 같은 추세라면 이미 이달 중 1조 달러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들이 돌아오면서 지난 12일 이후 8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장중 2500선을 회복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전장대비 1.17% 상승한 2509.55를 나타내고 있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