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이르면 오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윤 대통령 재의요구 땐 ‘25번째 거부권’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40여명과 오찬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26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 법안이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등 위헌성이 명백해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상정·의결했다. 한 총리는 “해당 특검법안은 헌법상 권력분립원칙 위반, 특별검사 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 위반, 사법 시스템 근간 훼손 우려 등 위헌성이 명백하다”며 “야당이 위헌성이 조금도 해소되지 않은 특검법안을 또다시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또 “(야당이) 헌법과 충돌하는 특검법안에 대해 정부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이를 조장해 국정에 부담을 주기 위한 의도라면, 민생을 살리라는 국민께 도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금명간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 2월과 10월에 이어 이달 1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됐다. 거부권이 행사되면 김 여사 특검법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국회로 되돌려보낸 25번째 법안이 된다. 거부권 행사 시 이 법안은 국회로 되돌아가 재표결 절차를 거치게 된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전체 300명 중 200명(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108석 중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하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여야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야당은 오는 28일 재표결을 하는 방안, 다음 달 2일 또는 10일 처리하는 방안 등을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통령실은 여당 의원들과의 접점을 늘리며 ‘당정 일체’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나섰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과 오찬을 가졌다. 지난 22일에는 홍철호 정무수석이 의원 30여 명과 오찬 회동을 열었다. 이날 정 실장과 추경호 원내대표는 한목소리로 ‘당정 화합’을 강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이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여당에 단일 대오 유지를 당부하는 동시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손기은·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