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실손’ 중복 가입자에 임의로 비례보상 적용 말아야”

소비자분쟁조정위 “약관에 없어
보험금 감액지급 문제 없어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사가 1세대 실손보험 중복 가입자에게 상급병실(1∼2인실) 비용을 지급할 때 약관 근거 없이 임의로 비례보상을 적용해 보험금을 깎지 말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실손보험 중복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감액 지급 받는 문제를 개선하자는 취지인데, 보험사 측이 이 같은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아 위원회가 금융당국에 감독을 요청하기로 했다.

분쟁조정위는 50대 여성 A 씨가 B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분쟁 조정 사건에서 A 씨 손을 들어줬다고 27일 밝혔다. A 씨는 B 손해보험사에서 1세대 실손보험에, C 손해보험사에서 4세대 실손보험에 각각 가입했다. 1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9월 이전 가입 상품으로 표준약관이 없고, 4세대 실손보험은 2021년 7월 이후 가입 상품이다.

A 씨는 지난해 3∼4월 총 43일간 암으로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상급병실 사용에 따른 부담액 708만 원을 실손보험사에 청구했다. 비례보상 방식을 적용하지 않으면 B 손해보험사는 약관상 2인실 병실료(하루 12만 원)의 50%를 부담해 258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C 손해보험사는 약관상 비급여 병실료의 절반인 354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B 손해보험사는 “각 보험사 보상책임액 중 큰 금액인 354만 원을 기준으로 비례보상해야 한다”며 약 149만 원만 지급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A 씨와 분쟁이 벌어졌다. 분쟁조정위는 검토 끝에 B 손해보험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분쟁조정위는 “B 손해보험사 주장대로라면 A 씨는 두 개 상품에 가입했음에도 보험금을 적게 받는 불합리한 상황”이라며 “두 보험사 보상책임액 합계가 실제 치료비(병실료)를 넘지 않아 B 손해보험사가 비례보상 없이 계산된 금액(258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B 손해보험사는 분쟁조정위 결정을 수용하지 않았다. 분쟁조정위 결정은 강제성이 없어 A 씨가 보험금을 더 받으려면 금융감독원 등 다른 기관에 도움을 청하거나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변웅재 분쟁조정위원장은 “추가 피해가 없도록 동일·유사 사례에 대해 금융당국에 관리·감독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