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봄·해충방제·구조… “통반장은 만능해결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해충특공대’로 활동하는 서울 서초구 통반장들이 방역차가 접근하기 어려운 주택가 등 곳곳을 다니며 해충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서초구청 제공

서울 각지서 6만5974명 활동
시책홍보 등 과거 역할서 변화
우편함 살피며 위기가구 발굴
재난땐 주민들 대피·탈출 도와
“월 30만원, 하는일은 300만원”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통장 이선순(여·52) 씨는 매달 25일이 되면 맡고 있는 238가구를 모두 돌며 집집마다 설치된 우편함을 살펴본다.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찾아내기 위해 아파트 관리실에서 관리비가 연체된 가구까지 직접 조사한다는 그는 지난해 위기 가구를 발굴해 내기도 했다. 이 씨는 “코로나19 이후 실직하고 소득이 사실상 없어 힘들게 사는 암 환자 부부가 지원을 받도록 동 주민센터와 연결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양천구는 지난해부터 통장회의가 있는 매월 25일을 ‘우편함을 살피는 날’로 운영하고 있다. 이날은 3500여 명의 18개 동 통반장들이 총출동한다. 공과금, 체납 고지서가 쌓였거나 등기우편 수령 안내문이 2개 이상 부착된 가구 등을 발견했을 경우, 해당 가구 주민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동 주민센터 복지담당자와 연결한다.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에는 13가구, 올해는 9가구가 지원을 받았다.

주민 행정 수요를 구청에 전달만 하던 과거 통반장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지역 사정에도 밝은 통반장의 역할이 최근 주목을 받으며 이들의 임무도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 각지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는 6만여 명 통반장들은 지역 안팎에서 ‘월 수당은 30만 원이지만 하는 일은 300만 원’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주민들로부터 ‘만능해결사’라고 불리고 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에서는 총 6만5974명의 통반장이 활동하고 있다. 1975년 ‘동’의 하부조직으로 설치된 ‘통·반’을 대표하는 통반장은 그동안 주로 행정시책을 홍보하거나 주민 여론을 보고하는 등 정도의 업무만 했다. 새롭게 떠오른 통반장의 임무 중 대표적인 건 지역의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일이다. 3900여 명인 관악구 통반장들도 매월 25일 동네 곳곳을 순찰하며 위기 가구를 발굴하고 있다. 관악구 관계자는 “올해 315가구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재난 상황에서는 주민을 돕는 도우미 역할도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통반장을 반지하주택 등 침수·재해 취약가구의 신속한 대피와 탈출을 돕는 ‘동행파트너’로 활용하고 있다. 서초구 통반장들은 2017년부터 방역차가 접근하기 어려운 주택가, 소공원 등을 걸어 다니며 모기를 비롯한 해충 방제 작업도 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내년부터 전국 최초로 통반장을 아이돌봄 인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신분이 보장된 이들에게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부모 입장에서도 만족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군찬 기자 alf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