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삭감에 검·경 당혹… “사비로 수사해야 할 판”

기밀 필요 마약 수사 등 타격
“또 다른 ‘검수완박’ 정치공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경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특정업무경비(특경비) 전액을 삭감하는 내용의 내년도 정부예산안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면서 검·경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선 수사 현장에서는 기밀 유지가 필수인 마약·디지털 성범죄는 물론 보이스피싱 같은 민생범죄 수사에도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2일 서울지역 검찰청에 근무 중인 한 부장검사는 이번 민주당의 특활비·특경비 전액 삭감에 대해 “사실상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며 “검찰청법 개정안(검찰청 폐지법)이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니 자동차에서 기름을 빼듯 정치적 편법을 썼다”고 비판했다. 서울지역의 한 경찰서 수사팀 경위도 “매번 경찰 특활비를 마녀 사냥하듯 깎아내면 수사 의욕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앞서 민주당은 예결위를 통해 검찰 특활비 80억900만 원과 검찰청 특경비 506억90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경찰 특활비도 31억6700만 원을 모두 깎았다. 검·경은 해당 비용이 보이스피싱·마약·디지털성범죄 등 민생수사에 주로 활용된다며 예산삭감에 우려를 표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수사 시 피해자를 가장해 돈을 송금하는 사례도 있고, 마약 수사 시 위장거래를 통해 범행을 적발하기도 한다”며 영수증 집행이 어려운 수사의 경우 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출범 초부터 강조한 마약범죄 대응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경찰은 내년 특활비 31억여 원 대부분이 마약 수사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국내 마약사범은 2021년 1만626명에서 2023년 1만7817명으로 최근 3년 새 67.7% 급증해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특활비·특경비 삭감으로 마약조직 검거에 효과를 본 ‘위장수사’가 대폭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약범죄를 수사한 한 검찰 수사관은 “범죄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접선할 때도 특활비가 필요한데 이를 집행할 수 없으면 수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경찰 내에서도 특활비가 사라지면 “사비로 수사해야 할 판”이라고 걱정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완전히 이관되면서 특활비의 중요도는 더 커졌다는 평가다. 간첩수사 특성상 사용처를 밝히기 어려운 경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는 “극비 수사가 필요한 경찰 업무 범위는 점점 넓어지는데 특활비를 없애겠다는 것은 야당의 정치 공세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한·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