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대화 끝… 박단은 “의대모집 정지” 고집

■ ‘강경파 장악’ 의정 갈등 해 넘겨

의료계, 협의체 출범 3주만 탈퇴
주수호 등 의협회장 예비후보들
“정부, 사태 해결의지 없다” 질타
의협 중심 투쟁 기조 더 세질 듯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 3주 만에 좌초한 와중에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 등 의료계 강경파들이 내년도 의대 모집 중지 등 비현실적인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의정 갈등은 해를 넘기게 됐다. 강경파가 의사 사회를 장악하고 의정 간 대화의 문이 닫히면서 의정 갈등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상당 기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새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선출되더라도 후보 대다수가 강경파인 만큼 대정부 투쟁 기조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단 비대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현재로써 최선은 2025년도 의대 모집 정지”라고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내년도 의대 모집 정지는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의 요구 사항이기도 하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집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이제 전적으로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정부와 여당이 사태 해결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면서 협의체를 탈퇴했다.

다음 달 초 치러질 차기 의협 회장 선거에 나설 예비 후보들도 SNS에서 정부와 여당을 질타했다. 의료계 대표적 강경파인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유치원생도 믿지 않는 산타의 크리스마스 선물 운운한 것부터 유치한 짓”이었다며 “엉킨 실타래가 더 얽히고설켜 다 버리기 전에 실뭉치를 자르고 잇는 수밖에 없는데 2025년 의대 입시 중지가 바로 그런 의미”라고 주장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참여했던 의료계) 두 단체의 결단을 존중하고 지지했으나 정부가 현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정부의 독선적인 태도가 사직 전공의들의 선택지를 명료하게 좁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두 단체가 협의체에서 나가면서 의정 갈등은 심화할 전망이다. 의료계에서 강경파가 힘을 얻으면서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과 함께 촉발된 의정 갈등 사태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협의체가 무산되면서 의료계 목소리는 의협 중심으로 모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초 의협 새 회장이 선출돼도 의정 갈등 해소 여부는 불투명하다.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보 5명 중 대화파로 꼽히는 강 비대위원장과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 역시 정부 태도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협의체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의 강경 기조가 차기 집행부에서 이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현재 강 비대위원장, 김 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 전 회장, 최안나 의협 대변인 등 5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는데 대다수가 강경파다. 박단 비대위원장 등 의협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는 사직 전공의 3명은 협의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