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에 145조… 국장은 산타랠리마저 ‘언감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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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美주식 보관액 최대
가상자산 하루 거래규모 15조
韓증시 잔고는 한달새 1.4조↓
자본시장법 개정시 활력 주목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관액(보유액)이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일간 거래 규모는 15조 원에 달하는 등 일종의 ‘대체시장’으로도 돈이 몰리고 있다. 그만큼 국내 자산시장에 대한 투자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이 ‘트럼프 랠리’에 이어 ‘산타 랠리’로 이어질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연말에도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달 28일 기준 1040억4761만 달러(약 145조 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53% 증가한 수치다.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올해 들어 꾸준히 우상향하다 미 대선 직후인 지난달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22일 1050억4572만 달러로 역대 최고 금액을 경신했다.

서학개미의 미국 증시 투자 열풍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친기업 정책 및 미국 경제 호조로 글로벌 증시의 미국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마감했다.

가상자산 시장도 소위 ‘불장’을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9시 50분(한국시간) 기준 코인베이스에서 9만7383달러, 업비트에서 1억3455만 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달 23일 9만9849달러까지 치솟은 뒤 ‘10만 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강보합세가 계속되고 있다.

반면, 국내 증시는 미 증시와 가상자산에 줄어든 수급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연말 랠리를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28일 16조5893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4100억 원 감소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빚투’ 규모도 줄었다. 코스피는 지난달 미 대선 이후 2500선을 힘겹게 지켜왔으나 마지막 거래일(29일) 1.95% 하락하면서 2400선으로 후퇴했다. 11월 사이 코스피는 4.3%, 코스닥은 8.7%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이날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으나, ‘기업 밸류업’ 등 개인 투자자 보호 노력은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자본시장법 개정 등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유의미한 진전이 있을 때 외국인의 한국 주식시장 참여 확대가 나타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