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철회” vs “비정상 정상화”… 여야, 양보없는 예산안 대치

상정 미뤘지만 합의 진통 예상

더불어민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내년도 감액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을 오는 10일로 미뤘지만, 여야 합의 처리까지는 여전히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예산안 ‘선(先)철회·사과’ 없이는 추가 협상은 없다는 부동의 입장을 취하고 있고, 민주당 역시 ‘적반하장’이라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크리스마스 캐럴을 국회 로텐더홀에서 들을 수도 있겠다”면서 예산안 자동부의제 도입 후 최장 예산안 처리 기록이 세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감액 규모 4.1조 원은 정부 예산안 총지출의 0.6%에 불과하고 그나마 절반 이상이 사용처가 지정되지 않은 예비비 2조4000억 원”이라며 “예비비나 대통령실, 감사원, 검찰 특수활동비가 감액됐다고 국정이 마비될 일은 없고 나머지 감액된 예산도 민생·기업·경제 리스크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전날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정부 예산안은 애초부터 초부자 감세 유지와 권력기관 특권에만 혈안이 된 비정상 예산이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날 대구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2조 원’을 대형 현수막으로 내건 것에 대해 “헌정사상 초유의 일방적 날치기로 민생 예산과 R&D(연구·개발) 예산을 대거 삭감 처리해놓고 지역사랑상품권 2조 원은 어디서 마련하겠다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민주당이 정부 예산안을 4조 원 삭감한 데 대해서는 “정부 예산안을 긴축예산이라고 비난하더니 더 긴축적으로 만들어 처리했다”며 “그러면서 대구에 가서는 다시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고 국민을 우롱했다”고 지적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