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 끌려다니는 여당… 친한 - 친윤 “네 탓”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추경호(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무기력한 집권여당

예산 속수무책에 ‘게시판’ 내홍
지구당 부활 싸고도 당내 반발

친한 “게시판 소동이 화합 저해”
친윤 “한동훈, 김여사특검 입장모호”

더불어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와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 재표결 추진 공세에도 국민의힘이 별다른 대책 없이 질질 끌려가고 있다. 여당이 내홍으로 거야를 향해 ‘피켓’을 드는 것 외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3일 오전 KBS 라디오에서 ‘여당이 너무 무기력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당정 화합 분위기가 잡혔는데 그 감도 안 되는 당원 게시판 소동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한 대응이 무기력한 배경에는 한 대표에 대한 당원 게시판 논란 등 당내 의혹 제기가 있다는 진단이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일정을 여야가 합의한 10일보다 더 미루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국민의힘 내분이 더 깊어질 수 있고, 이 경우 특검법에 찬성하는 여당의 이탈표가 더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의 무기력한 대응은 한 대표 리더십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전날(2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비판이 나왔다. 일부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은 “당직자들이 전략을 제대로 짜지 못하고 있다”면서 친한(친한동훈)계인 신 전략기획부총장 등을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와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추진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의총이었지만, 적잖은 내부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한 대표 측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말을 쓰려면 진짜 모호하게 갔어야 했다”며 “국민이 보기에는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을 고리로 당원 게시판 문제에 대해 역공을 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 대표가 지난 9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합의한 지구당 부활도 당내에서 반발이 나오면서 제자리걸음이다. 민주당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는 계획이지만, 국민의힘은 지구당 부활 관련법에 대한 상임위원회 논의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지구당 부활 관련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민주당 요구로 상정했지만 여당이 반대해 심사하지 않았다. 민주당 소위 위원이 “한 대표가 찬성한 법안”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한 대표의 의지와 별개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정선·김보름·민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