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들 ‘책임’ 통감… 정진석 비서실장·수석비서관 전원 사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비상의원총회 참석하는 한동훈 한동훈(앞줄 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박윤슬 기자

■ 수석비서관회의 긴급소집

정 “우리 모두 거취 고민해야”
與 “대통령 제대로 보필못해”
尹, 사표수리 여부는 미지수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6시간 만에 계엄 해제를 한 것과 관련,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이하 수석비서관 전원이 4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반민주·반헌법적 결정을 한 데 따른 여론이 심상치 않자,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 참모 전원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용산 참모를 시작으로 계엄 선포 결정을 의결한 장관 등 내각 총사퇴도 금명간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9시 36분쯤 “실장, 수석 일괄 사의 표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등 3실장과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8시쯤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일괄적으로 거취 문제를 고민하자”는 취지로 참모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6시간 계엄 해제’ 이후 처음 나온 대통령실의 조치다. 이날 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 짧게 진행됐다고 한다. 여권 한 관계자는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데 따른 책임을 지는 차원 아니겠느냐”고 했다. 대통령실 참모 대부분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정 실장 포함 수석비서관 전원 사퇴 카드는 꾸준하게 거론돼 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안팎을 기록하는 등 반전의 기미가 없자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최측근 참모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기류가 컸다.

다만 정부 관료에 대한 야당의 탄핵 공세가 이어지는 점, 정부 예산안 통과가 남은 점 등을 고려해 “아직은 아니다”라는 기류에 따라 이 카드는 보류돼 왔다. 윤 대통령이 곧바로 이들의 사표를 수리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있다. 향후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넘어왔을 때 이에 대응해야 할 고위 참모들이 사라지면 대통령실은 완전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고위급 참모진들이 일괄 사퇴하면,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방어막이자 최종적 방어막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라며 “국회 상황을 조금 더 보다가 사표 수리를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실 수석 사의 표명에 이어 내각 총사퇴 카드도 함께 거론된다.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긴 했지만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언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만큼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지는 게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여권 관계자는 “경제와 국방 분야의 시급한 사안을 처리한 뒤 내각 총사퇴 카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기은·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