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準전시 비상사태 아니고 ‘국회활동 금지’ 근거없어 위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긴장 흐르는 용산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차량들이 오가고 있다. 백동현 기자

■ ‘비상계엄’ 위헌논란 확산

정치·법조계 “위헌” 한목소리
검사탄핵·예산삭감 野 독주는
비상계엄 성립요건 충족 안돼

행정·사법·언론조치 가능해도
국회 대한 조치 헌법근거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심야 긴급 담화에서 선포한 비상계엄에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위헌성이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계엄 선포 요건이 헌법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내용도 반헌법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할 전망이다.

4일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상황이 헌법상의 규정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헌법 제77조 1항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야당의 검사 탄핵 등 사법 업무 마비와 입법 독재 행위, 감액 예산안의 강행 처리 등을 두고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국민과 국회를 설득하는 등의 수단이 남아 있었음에도 곧바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력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폭동이 일어난다거나 휴전선 근처에 북한이 군대를 주둔시키는 상황과 같이 구체적이면서 확실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야당의 독주가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국회 상황은 지난 총선의 결과에 따른 것인데, 계엄을 성급하게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계엄 선포 직후 SNS에 올린 글에서 “전시·사변에 준하는 비상계엄 요건에 성립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서에서 “과연 지금의 상황이 헌법이 말하는 국가비상사태인지 대통령을 반박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계엄 선포가) 오남용되던 사례를 바꾸기 위해 현행 헌법이 요건을 까다롭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명의로 전날 나온 계엄사령부 포고령 1항의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문구에도 위헌 요소가 담겼다는 지적이다. 헌법 제77조 3항은 비상계엄 선포 시 행정부나 사법부, 언론 등에 관해서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국회에 대한 조치는 따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또 제77조 5항에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권한이 명시됐는데, 포고령으로 국회의 정치활동 자체를 금한 것 자체로 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지난 1980년 5월 17일 신군부에 의해 전국에 비상계엄을 확대했을 당시 발표된 계엄포고령 10호 2항에 ‘모든 정치활동을 중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당시 헌법에는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을 부여하고 있어 1987년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권한이 축소된 현재와는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