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시보다 공들인 시… 절망·좌절 넘어”

불의의 사고로 요리사 꿈 접고
두번째 시집 출간 김영관 시인

“제 시를 읽고 딱 한 분이라도 미소 짓고 고개를 끄덕이면 다행입니다. 절망에 빠진 누군가가 ‘나도 글을 써 봐야겠다’고 마음먹는다면 대성공입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 요리사의 꿈을 접고 시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김영관(왼쪽 사진) 시인이 최근 두 번째 시집 ‘느림보 달리다’(다우출판·오른쪽)를 내고 이렇게 바람을 전했다.

김 시인은 건강했던 과거의 기억, 장애의 불편과 현실의 한계 속에 희망을 찾는 일상의 속내를 이번 시집에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마치 혼잣말을 내뱉듯 일상의 눈물과 웃음을 생생한 언어로 진솔하게 담아냈다. ‘나는 느림보／언제나 매우 느리지만／ 장소를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느릿느릿 달리고 있다’(시 ‘느림보 달리다’ 중).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장애인 불자들의 모임 ‘보리수아래’ 대표인 최명숙 시인은 추천사에서 “우리가 그를 아름다운 시인이라 말하는 것은 느린 듯 멈춤 없이 가는 그의 하루가 아름다운 오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해 40세인 김 시인은 군 복무 시절 휴가 중 교통사고로 중증 뇌병변장애를 얻었다. 절망과 좌절로 길을 잃고 헤맬 때 보리수아래와 인연이 닿았다. 글쓰기 치유의 힘으로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됐고, 2020년 첫 시집 ‘시에는 답이 없어 좋다’를 출간했다. 그는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느낄 때 시가 등불이 됐다”며 “멋진 시보다 공들여 시를 쓰는 평생 시인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