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사’ 앞둔 대통령실 침묵

검·경·공수처·야 ‘4개 칼날’속
대통령실·경호처 수사 가능성

비상계엄 선포라는 반민주·반헌법적 정치적 자해극을 벌인 윤석열 대통령이 ‘4개의 칼날’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곤궁한 처지에 놓였다.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경쟁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나섰고, 야당도 ‘매주 토요일 탄핵안 발의’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사실상 ‘식물 상태’에 놓인 대통령실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9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탄핵소추안 폐기로 간신히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비상계엄 사태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재차 위기에 몰리고 있다. 특히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전날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혐의 명을 직접 밝히며 현직 대통령 입건 사실을 알린 것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이뤄질 것을 예고한 대목이다. 실제 특수본은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했다. 비상계엄의 ‘몸통’에 해당하는 김 전 장관의 신병을 빠르게 확보한 것이다. 이르면 이달 중 검·경이나 공수처의 수사 칼날이 ‘윗선’에 해당되는 윤 대통령을 향할 수 있다. 여기에 야당도 임시회 회기를 일주일 단위로 끊어가며 매주 토요일 탄핵과 특검을 추진하겠다며 윤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이달 중 용산 대통령실과 경호처에 대한 강제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집무실과 김 전 장관이 지난 8월까지 근무한 경호처가 집중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수사기관 인력이 대통령실과 경호처 경내에 진입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집행할 경우 사상 최초의 일이 된다. 청와대 시절의 수사기관은 경내에 진입하지 않고 외부인의 출입이 가능한 청와대 연풍문 등에서 임의 제출한 자료를 받아오는 형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며 계속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오전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린 것으로 전해졌지만, 회의 결과 등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