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대책회의… 반도체·조선·쌀산업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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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십 공백’에 정책동력 상실

11일 산업관계장관회의 개최
농식품부서도 간담회 열지만
산업구조 개선 추진 어려워져
양극화 대책 등 발표도 불투명

탄핵국면에도 ‘경제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정부 부처는 이번 주 회의와 정책 발표를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대통령 유고(有故)와 다름없는 리더십 공백에 알맹이 없는 ‘나토(NATO·No Action Talking Only) 회의’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정책 추진이 사실상 ‘올스톱’되며, 공직사회의 ‘복지부동’도 심화할 전망이다.

9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예정대로 오는 11일 한화오션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통상·산업환경이 급변할 것에 대비해 지난달 27일 반도체를 시작으로 조선, 항공, 해운물류, 석유화학 등 부문별 산업 체질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당분간 정부 기능의 마비가 불가피함에 따라 회의에서 나오는 대책들이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당장 앞서 나온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地中化) 비용 분담, 반도체 기업 세제 혜택 확대 등 반도체 지원안만 봐도 국회와 협의해야 하거나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주를 이룬다.

농림축산식품부도 11일 송미령 장관이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이를 바탕으로 12일 벼 재배면적 조정 등이 담긴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야당 주도의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양곡법 개정안)에 맞서 쌀 산업 구조개선 방안을 준비해 왔지만, 야당이 양곡법 통과를 밀어붙일 경우 정부 대책은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최후의 보루로 거론되던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도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내년 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기로 했던 ‘양극화 종합대책’이나 기재부 주도의 ‘내년도 경제 정책 방향’ 역시 ‘시계제로’다. 정책을 뒷받침하려면 재정·세제 지원이 필수적인데 야당 동의는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주52시간 근무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 등이 담긴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 ‘전력망 확충 특별법’ ‘자본시장법 개정안’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등 이번 정부가 주력해온 법안은 좌초 가능성이 더 커졌다. 한 중앙 부처 공무원은 “공직사회에선 한동안 보신주의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