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글로벌 톱3 메가포트로...“3만TEU선박 접안시설 구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부산항을 글로벌 거점항만으로 구축할 전략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정부, 20년간 14조원 투입 진해신항 구축
축구장 500개 규모 항만배후단지도 공급
"공급망 재편, 우리 항만에 위기이자 기회
경제 지탱할 글로벌 물류중심으로 만들 것"




정부가 2045년까지 14조 원을 투입해 진해신항을 구축하는 등 부산항을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거점항만으로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항만 규모 확대를 비롯해 운영효율성, 연계성, 친환경 대책 등을 모두 강화해 ‘항만경쟁력 글로벌 톱3’에 올려 놓겠다는 계획이다.

11일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해양수산부는 글로벌 거점항만으로서 부산항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항만 경쟁력을 세계 3위 수준으로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글로벌 거점항만 구축전략’을 발표했다. 국가간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물류시장이 급격히 재편되고 중국, 싱가포르와 같은 세계 주요 항만 보유국들은 터미널 대형화, 스마트항만 구축 등 글로벌 선사 유치에 힘쓰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항만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항만의 인프라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현재 1·2위는 중국의 상하이와 닝보이며 3위는 싱가포르, 4위가 부산이다.

부산항은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의 76.8%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화물선 간에 컨테이너를 옮겨 적재하는 환적 물동량은 97% 이상을 처리하는 항만이며, 이는 2015년 이후 세계 환적 규모 2위 수준이다. 그러나 해수부 관계자는 "부산항은 다수 터미널 운영사가 항만을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어 타부두 환적(ITT, 동일 항만 내 다른 부두로 화물을 이송해 처리하는 환적) 발생, 선석 관리의 비효율 등 운영에 일부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며 "선박 대형화와 해운동맹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메가포트(초거대 항만)로의 전환과 항만 운영상의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주요 해운선사들의 선대 대형화에 발맞춰 2045년까지 14조 원을 투입, 진해신항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부산항은 현존 세계 최대 규모의 항만시설을 확보하게 된다. 환적 규모 1위인 싱가포르가 건설 중인 투아스항과 동일한 66개의 선석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 현존 세계 최대 선박인 2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을 넘어 최대 3만TEU급 선박도 안정적으로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기존 부두보다 1.5배 넓은 컨테이너 보관 공간도 조성한다.

ITT를 최소화 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진해신항 1단계 9선석을 전부 단일 운영사로 선정해 국내 최대 규모의 운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 경우 600만TEU 이상의 화물처리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현재 부산항 기항 가운데 최대 규모의 해운동맹인 디(THE) 얼라이언스의 물량 650만TEU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일 운영사가 얼라이언스 물량을 온전히 처리함으로써 선석의 효율적 관리와 ITT 최소화가 가능해진다.

해수부는 또 허브항으로서 부산항과 해외 공급망 거점의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동부해안, 동남아시아, 유럽 등 공급망 재편에 따른 유망 거점에 해외물류센터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1조 원 규모의 국제물류 펀드 조성을 통한 해외진출 기업 금융 지원 계획도 이번 전략에 포함돼 있다.

항만 배후 지역도 활성화 한다. 정부는 부산항 인근에 축구장 500개 규모(362만㎡)의 항만배후단지를 공급해 글로벌 물류기업 유치에 나선다. 지난해 말 기준 467만㎡였던 배후단지는 오는 2030년까지 829만㎡로 확대되는 것이다. 부산항 인근에 위치할 가덕도 신공항과의 연계를 통해 부산항을 육·해·공 물류거점으로 육성하는 복안도 담겼다. 이 과정에서 항만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2년까지 25%, 2050년까지 10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친환경 대책도 병행된다. 이를 위해 태양광·연료전지·해상풍력 등 친환경 발전시설을 구축하는 한편 부산항에 메탄올·암모니아 등 친환경 선박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기반시설)도 마련된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지역분쟁, 해운동맹 변화 등 공급망 재편은 우리 항만에 위기이자 기회"라며 "이번 글로벌 거점항만 구축전략을 바탕으로 부산항을 글로벌 톱3 항만으로 키워 대한민국 역동 경제를 든든히 지탱하는 글로벌 물류 중심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