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한화오션,KDDX 기본설계 제안서에 자체 보관 개념설계 인용 확인…계약위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

방사청 평가검증위 "대우조선해양 기본설계 제안서 생존성 분야 일부 개념설계보고서와 동일" 결론
방사청 "대우조선해양이 개념설계 보고서 도면 등 내용을 기본설계 제안서 인용한 것은 계약 위반"
방위산업보안업무훈령 비밀보호특약 14조 "원본이든 사본이든 일체의 자료 방사청에 반납" 명시
한화오션 "군사기밀보호법 지침과 훈령에 원본 보관 위반 근거 없다. 계약서 원본 제출 규정 없다" 반박
한화오션 "KDDX 동일한 사업 수행 위한 제안서에 개념설계 보고서와 유사 내용 포함돼도 문제 없다 판단"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2020년 제시한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입찰 경쟁을 위한 ‘기본설계 제안서’가 자체 작성해 보관하던 ‘개념설계보고서’ 일부 내용이 동일한 것으로 드러나 계약 위반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11일 방위사업청이 국회에 제출한 ‘KDDX 개념설계 결과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한화오션에 인수되기 전 대우조선해양이 제출한 ‘기본설계 제안서 작성과정에서 개념설계보고서 활용 여부’에 대해 방사청이 2020년 9월 검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청은 2020년 12월 HD현대중공업을 KDDX 기본설계업체로 계약하기에 앞서 ‘HD현대중공업의 개념설계보고서 불법취득 후 기본설계 제안서 작성에 활용 의혹’ 언론 보도에 따라 사실 확인을 위해 두 경쟁업체에 대한 비교분석을 실시했다.

방사청은 "검토 결과 HD현대중공업은 제안서와 개념설계보고서 간 일치된 내용이 없었다"며 "대우조선해양은 기본설계 제안서(생존성 분야) 일부가 개념설계보고서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방사청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기본설계 제안서에는 개념설계보고서에 있는 도표 등이 그대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2021년 1월 보안심사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해양 기본설계 제안서는 3급 비밀인 개념설계 보고서와 동일한 내용을 일부 확인했다"며 "다만 이 내용은 당시 시점에서 비밀로서의 수준은 상당히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방사청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업체로 선정돼 탈락업체의 위법한 행위를 제재하지 않고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최근 논란이 된, 10년 간 방사청 용역을 받아 작성한 개념설계보고서 10년간 보관해온 사실과 관련해 "개념설계 보고서 원본이든 사본이든 반납하는 게 원칙으로 군사 3급 비밀인 개념설계 결과 반납은 방위산업보안업무훈령에 따른 의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은 "과거 및 현재에도 군사기밀보호법 지침과 훈령에 원본을 보관하는 것이 위반이라는 근거가 없다. 당시 계약서 상에도 원본을 제출하라는 규정이 없다"며 "방사청 사본 제출 당시의 수령확인증과 제출 공문에도 당시의 원본 보관 및 사본의 폐기 연한이 정확히 기재됐다. 불법 보관 의혹제기는 실제 사실과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방위산업보안업무훈령 비밀보호 특약 제14조(비밀의 반납). 방위사업청 제공

그러나 방사청은 보고서를 통해 한화오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방위산업보안업무훈령(국방부 훈령 제 2742호) 비밀보호 특약 제14조 (비밀의 반납)는 "을(대우조선해양)은 갑(방사청)과의 계약 종료와 동시에 1주일 이내에 장비와 연구개발 또는 제조 기간 중 생산되었거나 복제, 복사한 비밀 등(원고의 경우 초고를 포함) 일체의 비밀을 갑에게 반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 원본이든 사본이든 모두 반납하는 게 원칙이라는 의미다.

방사청은 ‘군사기밀보호법 지침과 훈령에 원본을 보관하는 것이 위반이라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계약서 상 원본과 사본을 구분해 제출하도록 명시된 내용은 없으나 개념설계 사양서 계약 조항에서 "‘보고서 5부, CD 3부’를 제출토록 명시했다"며 "계약특수조건의 권리귀속 항목은 계약종료 후 모든 자료를 제출하고 업체에서 제반 자료를 소유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계약특수조건 제29조(권리 귀속 등). 방위사업청 제공

계약상 ‘개념설계 계약특수조건 제29조(권리귀속 등)은 "을(대우조선해양)이 본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출되는 노하우(기술정보 포함) 및 제반자료에 관한 권리 등은 갑(방사청)에 귀속되며 을은 갑의 사전 승인 없이 이를 다른 업무에 적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개념설계 보고서 도면 등 내용을 기본설계 제안서에 인용한 것은 계약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보고서에서 "한화오션 입장문에서 밝힌 바와 달리 비밀영수증과 제출 공문 상 업체의 원본 보관 사실은 기재되지 않았다"며 "한화오션은 비밀영수증상 사본번호 1／1로 명시돼 사본을 제출한 것으로 주장한 것으로 보이나 2013년 10월 당시 한화오션은 계약서에 따라 제출해야 할 보고서 5부에 대해 원본 1부와 사본 4부로 명시해 공문으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비밀의 원본은 1부만 존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방사청은 용역계약 종료 후 업체에서 원본을 추가로 보관할 사실을 인지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화오션이 추가 생산해 보관 중이다가 2023년 11월 제출한 원본 비밀 1부에 대해서는 사전에 생산, 보관에 관해 방사청이 승인을 해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사청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2013년 개념설계 사양서 계약조항에 따라 결과보고서 5부(원본 1부, 사본 4부), CD 3부를 모두 제출했음에도 별도로 원본을 또 생산해 10년 간 보관, 개념설계 보고서 원본이 2부가 각각 존재한 것이 됐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는 군사기밀 생산과 관리에 관한 제도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군사기밀의 생산 과정과 전파 과정을 파악하기 어렵게 돼 군사기밀보호법 상 보호조치 위반으로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관련 자료 일체를 방사청에 제출한 이후에 한화오션이 다시 비밀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군사기밀인 개념설계 보고서를 저장해둔 저장 매체나 비인가 서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사고 가능성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방사청에 따르면 2013년 10월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방사청에 원본을 제출한 상태였으며 공문에 근거해 해당 보고서 1부를 원본으로 등재했다. 한화오션이 보관 중인 원본은 지난해 12월 31일 예고문이 가까워져 그해 11월 방사청에 제출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예고문 도래 시 보안 관련 규정에 따라 이관 대기 조치했으며, 비밀기록물 이관을 위한 작업 중 해당 내용을 인지해 국군방첩사령부로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한화오션이 기본설계 입찰과정에서 부정행위 및 허위 내용의 진정서를 낸 것이 공무집행 방해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국가계약법상 입찰방해에 해당되는 지에 대해 방첩사 확인 등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필요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자체 보유한 개념설계 보고서의 기본설계 활용에 대해 "KDDX라는 동일한 사업 수행을 위한 제안서에 개념설계 보고서와 유사한 내용이 포함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유사 내용의 인용 자체가 문제였다면 제안서 평가 당시에 당연히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