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계엄 불길 뚫었다…‘창고영화’의 대역전 흥행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소방관’.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15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소방관’은 14일까지 관객수 150만 명을 넘겼다. 뜨거운 입소문을 타며 엄혹한 계엄-탄핵 정국에서 극장가의 유일한 승자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뒷심이 놀랍다. 13일 13만8837명이 본 데 이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14일엔 25만9970명이 ‘소방관’을 극장에서 봤다. 이는 개봉 첫주 주말 성적을 뛰어넘는 수치다. ‘소방관’은 지난 6일엔 11만2000명, 7일엔 21만8000명이 봤다. 개봉 첫주에 반짝 흥행하는 많은 영화들과 달리 점점 관객수가 늘어나며 롱런할 채비를 갖춘 것이다.

‘소방관’은 서울 은평구 홍제동 방화 사건을 소재로 했다. 무거운 실화를 코미디나 신파로 희석하는 대신, 현장에서 분투하는 소방관들의 노고를 묵묵하게 전달한 진심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곽경택 감독은 인터뷰에서 "실제 소방관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극한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 이 분들이 각자의 어려움을 어떻게 견뎌내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방관’의 흥행은 예상을 뒤집는 결과이기도 하다. 영화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2020년 5~8월 촬영됐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쯤인 2022년 9월 주연 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 사건이 터졌다. 개봉은 무기한 연기됐고, 결국 촬영한지 4년이 지난 뒤에야 가까스로 개봉했다. ‘소방관’의 흥행은 ‘창고영화’의 역전 사례라 할만 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곽경택 감독의 모습.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곽경택 감독으로서도 남다른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무엇보다 개봉이 불투명해져 오랜기간 마음 고생을 했다. 곽 감독 스스로 이 영화를 ‘족쇄’라고까지 여겼다. 곽 감독은 "내 영화 중 처음으로 찍어놓고 극장에 개봉하지 못하는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해 겨울엔 ‘소방관’이 꼭 개봉돼야 한다고 피력했던 것도 곽 감독이다. 그는 "올겨울에 개봉만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족쇄를 풀고 새 출발하자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이정우 기자